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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빅마우스' 옥자연, 연기도 공부처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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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옥자연 / 사진=청춘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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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끊임없이 관찰하고 느끼고 흡수한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고 본인에게 '잘했다'란 칭찬도 잊지 않는다. 자신에게 후하지 않은 배우 옥자연이 치열하게 현장에서 '공부'하는 방법이다.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극본 김하람·연출 오충환)는 승률 10%의 생계형 변호사가 우연히 맡게 된 살인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희대의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Big Mouse)'가 되어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음모로 얼룩진 특권층의 민낯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 옥자연은 극 중 최도하(김주헌)의 아내이자 NR포럼의 실질적 리더 그리고 구천 대학병원 병원장인 현주희 역으로 분했다.

옥자연은 종영 소감을 묻자, 사전 제작 드라마였기에 방송이 끝난 뒤에도 촬영이 끝날 때와 비슷한 아쉬움을 느꼈다며 입을 뗐다. 그는 "'재미있게 했다'란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 촬영하는 동안 감독님, 촬영 감독님, 동료 배우들 등 너무 좋았다. 이제 보내는구나 싶더라. 좋은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시청자 분들도 많은 사랑 주셔서 행복했다"며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빅마우스'는 최종화 시청률이 13.7%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 마지막까지 많은 사랑받으며 지난 17일 막을 내렸다.

이러한 인기를 예감했을까? 옥자연은 "저는 작품 할 때 얼마나 봐주시겠다 이런 생각은 안 하는데, 제작발표회 때 대기실에서 괜히 우리 배우들끼리 보는데 너무 잘될 것 같다란 기운이 느껴졌다. 정말 잘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가님이 초반에 몰아치면서 흥미를 유발하고 잘 써주셔서 그렇지 않겠나"며 공을 돌리기도.

다양한 시청자 반응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었다고. 옥자연은 "'현주희가 고미호를 살려냈으면 좋겠다' 저는 그 생각을 못했다. 시청자 마음이 이렇구나 싶었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결말을 알고 시작했냐는 질문에 옥자연은 "알고 시작은 했다. 그걸 모르는 척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현주희가 최도하의 악행을 눈치채지 못해서 바보같다란 시청자 반응이 많았다. 똑똑한 척하면서 바로 옆 남편의 행동을 눈치 못 채냐 그런 댓글이 많았는데, 저도 모르는 척하느라 힘들었다"고 털어놓으며 웃었다. 이어 "누굴 신뢰하면 아무리 증거가 있어도 상상을 못 하더라. 확 내 눈앞에 까발려지지 않으면, 사람을 믿으면 뭘 해도 좋게만 보고. 그렇게 되는 게 사람인 거 같다"며 현주희의 마음을 대변했다.

작품에서 현주희는 자신이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 밑에는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이 있었음을 알고 분노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눈 감는 인물로 그려진다. 옥자연은 "현주희가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 생각했다. 비밀연구소를 다 엎어버리고 새 연구소를 설립하지 않나. 현주희도 어릴 때부터 딛고 있는 기반이 불공정하고 혜택이 많은 특권층이란 걸 알고 있다. 깨끗하지 않다는 걸 느끼는데, 강 회장도 그렇고 애지중지 의학만 하도록 키워서 그걸 외면하며 살아왔다. 강 회장(전국환)의 잘못을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일단 저지하려고 하지 않았나. 한계를 넘어선 짓 그만하라고 폭탄발언까지 했는데, 비밀연구소를 없앤 것은 사실 도하가 연루됐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러한 비밀과 연관된 걸 없애야 한다는 걸 알고 연구소를 없애는 거였다. 사실은 뭘 해결하려기보다는 덮으려 했던 거다. 그때까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고."라고 말했다.

다만 "그런데 자신이 생각하던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배신감도 있고. 제 딴에는 선거운동할 때 표현하려고 했는데 시민을 마주하게 됐을 때 책임감을 느꼈을 거 같다. 죽어가는 시민도 생각나고, 최도하에게 열광하는 선거운동원이나 지지자들을 보며 '이렇게 둬도 되는 걸까?' 생각하고 배신감과 함께 '더는 이렇게 둘 수 없다'라고 결심한 거 같다"고 덧붙였다.

그런 현주희에게도 고민은 많았다. 특히 고미호(임윤아)를 볼 때 현주희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옥자연은 "저는 그 장면을 좋아한다. 고미호가 현주희를 찾아와서 따지고 충고할 때, 현주희의 고뇌가 담긴 대화였다. '진실을 밝혔을 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그 절망 감당할 수 있냐'는 말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 절망을 감당할 수 없어서 현주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미호를 바라보는 마음이 굉장히 복합적이었던 거 같다. 그런 강인함이라든지 신념을 위해 할 수 있는 태도만 아니라 포지션이 자유로워 보이더라. 현주희는 얽힌 게 많고 포기할 게 많지 않나"고 말했다.

옥자연은 최도하가 진짜로 현주희를 사랑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 들어갈 때는 촬영할 때는 정이 있을 것이다. 현주희를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더라도 사랑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방송을 보니 아무도 안 사랑하는 사람 같더라. 오직 자기 자신만 사랑하는 사람인 거 같더라"며 "(현주희가 사고로 입원한 상황에서) 최도하가 눈물 흘리는 건 감히 자기 것을 건드린 것에 대한 분노가 아닐까 싶더라. 본인을 위한 눈물이 아니었을까 싶어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죽임 당한 최종 빌런 최도하를 보며 배신감에 휩싸였던 현주희도 통쾌하다 생각했을지궁금해졌다. 그러나 옥자연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그러진 않았을 거 같다. 굉장히 허망할 것 같다. 사과 한마디 못 듣지 않았나. 남편은 나한테 사과를 할 기회에도 거짓 변명을 했고 진심으로 사과를 들어본 적 없고, 나를 정신병원에 가둬서 어떻게 하려고 했는지 물어보지도 못하고. 갑작스러운 죽음이라. 허망하고 슬플 거 같다. 내 인생이 이렇게 돼서, 저 사람이 저렇게 죽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해관계와 사랑이 복잡하게 얽혀 더욱 애틋했던 최도하, 현주희 부부. 그런 두 사람이 가장 자주 찾던 곳은 프리다이빙 수영장이었다. 중요한 사건·사고가 벌어진 장소이기도 했던 프리다이빙 수영장은 어떤 의미였을지 물었다. 옥자연은 "최도하에게는 명상할 수 있는 장소가 물 속이고, 주희에게도 도하의 취미라서 늦게 시작해 함께 한다는 설정이었다. 물속으로 들어갈수록 깊고 어두워지지 않나. 또 어떤 사람은 자궁에 있는 거 같다고 해야 하나? 태아가 된 것 같다는 느낌도 받지 않나. 최도하는 거짓된 삶을 사는 사람이니까.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작가님이 뭐하면 좋을지 고민 많으셨다. 요가를 해야하나? 그러다 주헌(김주헌) 오빠가 프리다이빙 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 프리다이빙을 하면 폐수랑 연결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저도 배우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물은 자유로움이자 금방 죽을 수 있는, 그런 양면적인 게 있는 거 같아요. 물 밖이란 새로운 세계니까. 좋은 소재였던 거 같아요. 그런 양면성이."

사실 프리다이빙 장면을 촬영하지 못할 뻔했다고. 예전부터 프리다이빙을 즐기던 배우 김주헌과 달리, 옥자연은 작품을 위해 이번에 처음으로 프리다이빙을 도전했다. 물을 좋아해 금방 배울 거라 생각했지만 프리다이빙은 또 달랐다. 옥자연은 "10번 강의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받았다. 그런데 나 때문에 이 신을 못 찍을지 모른다란 생각이 있었는데 무사히 찍을 수 있어 기뻤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옥자연은 "저는 워낙 물을 좋아해서 공포심은 생각보다 없었는데, 이퀄라이징이 안 됐다. 비염도 있어서 그런지. 그래서 2미터 이상을 못 내려가더라. 그래도 요령을 터득해서. 조금 고생을 했다. 다행히 촬영 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만큼 돼 촬영할 수 있었다. 감독님이 계속 확인하셨다. 안 되면 장면을 바꾸자고 하셨는데, 안 바꿔도 돼 다행이었다"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옥자연은 차분하고 우아한 분위기의 소유자지만, 이번 프리다이빙처럼 새로운 운동을 배우는 것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농구 예능에도 출연했던 옥자연은 "팀 스포츠를 살면서 한 번도 못해봤다. 어릴 때 피구, 발야구 정도? 여학생들한테는 축구 같은 운동을 할 기회를 안 준다. 35살 됐는데 그걸 처음으로 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신나고 승마할 때는 신나더라. 새롭게 배우는 걸 좋아한다"고 밝혔다.

옥자연의 끊임없는 배움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는 연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작품에서 공 대표로 분한 배우 양경원과 서로 반대되는 캐릭터를 연기를 선보였지만, 서로 반대의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얘기도 나눴다며

특히 '빅마우스'를 통해 많은 걸 배웠다고 말한 옥자연은 "저는 경원 오빠(양경원)가 항상 자유로워 보이더라. 엣지가 있다. 저는 자유롭게 해도 조금 부족한데 경원 오빠를 보면서 좀 더 해봐도 되겠다란 생각도 했다. 준비해 온 연기를 할 때 '이래도 되나?' 주저하던 것도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옥자연은 파트너였던 김주헌의 연기를 보면서도 많은 걸 느낀 듯했다. 그는 "(김주헌을 보고) 많이 감탄했다. 생각을 많이 해오시고 '깊게 고뇌하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정말 표현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하려고 한다. 옆에서 그걸 해내는 모습을 봤을 때 존경스럽고 같이해서 영광이란 생각도 많이 했다"며 "서로 많이 고마워하고 또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다. 같이 연기하는 게 재미있었다. 오빠도 저한테 배운다고 말해주고, 서로 많이 배운 거 같다. 좋은 파트너였다. 그리고 대본을 얼마나 고민해왔는지 보지 않나. 뻔하지 않은 표현을 하기 위해 항상 고민하는데, 준비해 오는 연기가 늘 새롭고 엣지 있더라. 그런 것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현장마저 '공부' 하는 옥자연은 '서울대 출신'이란 수식어로도 유명하다. 매번 따라붙는 엘리트 꼬리표가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옥자연은 "딱히 감흥 없다. 제가 전라도에서 올라왔다는 거랑 똑같은 거다. 예전엔 부담도 느낀 거 같은데 아무 생각이 없다"며 "저는 연기도 공부처럼한다. 남의 연기를 보고 이건 저렇구나 이런 게 공부하는 자세랑 똑같은 거 같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본인 연기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까. 옥자연은 망설이지 않고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평가가 혹독해서, 자기를 못되게 평가하는 게 있어서 좀 힘들어다. 그래서 평가를 안 하려고 한다. '잘했다' 이렇게 생각하려고(웃음)"

"연기를 후회한 적은 없지만 항상 저의 한계를 느껴요. 진짜 난 부족하구나. 난 재능이 출중한 배우가 아니라 정말 노력해야겠다란 생각을 매번 하는 거 같아요"

이렇게 '빅마우스'를 마무리하고 옥자연은 10월 방송되는 차기작 '슈룹'으로 시청자를 만난다. 바쁜 행보 속에서도 옥자연은 "한 장면, 한 장면 허투루 하지 않고, 소중하게 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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