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美 고물가에 달러 '패닉바잉'…1400원 돌파 초읽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세종=유선일 기자]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9.4원 오른 1,393.0원에 출발한 뒤 장 초반 1,394원 안팎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2.9.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8.3% 뛰면서 시장의 '글로벌 물가상승 둔화'에 대한 기대가 꺾였다. 이런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종가 기준 1390원을 넘겼다. 외환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145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7.3원 오른 1390.9원에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390원을 넘긴 것은 2009년 3월 30일(1391.5원)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장 중 한때 1395.5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1일(고가 1422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최고가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8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며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미 노동통계국은 13일(현지시간)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대비 8.3% 상승했다고 밝혔다. 시장 컨센서스 8%(다우존스 기준)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8월 근원인플레이션(물가상승)율 마저 예상치를 넘겼다. 8월 미국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6.3%를 기록했다. 시장전망치인 6.1%보다 0.2%포인트 높다. 직전 근원 CPI(5.9%)보다는 0.4%포인트 높았다.

미국의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예상치보다 높다는 것은 미국의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긴축 수준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노무라증권 등 일부 국제 금융투자회사에서는 연준이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100bp(1bp=0.01%포인트)올리는 울트라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13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연준이 오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100bp 올릴 확률이 34%를 기록했다. 울트라스텝 단행 가능성은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0%였다. 자이언트스텝 단행 가능성도 66%를 기록했다. 연준이 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이상 올릴 확률이 100%라는 얘기다. 페드워치는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가격 데이터를 근거로 시장 참가자들이 판단하는 통화정책 확률을 나타낸 것이다.

미 연준의 통화긴축 속도가 빨라지면 이른바 '킹달러'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여타 통화와 미국간 기준금리차가 벌어지며 투자자금이 달러화 자산으로 쏠릴 수 있어서다.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되며 상대적으로 위험통화에 속하는 원화 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달러화지수는 13일 전일대비 1.49% 오른 109.83을 기록했다.

유로화와 엔화 등 다른 통화들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달러/유로 환율은 13일 전일대비 1.49% 하락한 0.9969달러를 기록하며 하루만에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14일 장중 144.58엔까지 치솟으며 145엔 가까이 올랐다. 이후 일본 재무성이 구두개입에 나서 143엔대로 하락했다.

오는 16일 발표되는 중국 산업생산·소매판매 등도 변수다. 중국 경기둔화가 지표로 확인되는 경우 위안화 가치가 하락해 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할 수 있다. 원화는 위안화 가치에 동조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주요 도시의 봉쇄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16일 발표되는 경제지표가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 상승을 용인할지 여부에 따라 향후 외환시장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연내 14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단이 1400원을 기록할 수 있다"며 "1400원을 돌파하는 경우 1300원대가 하단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이는 당국의 용인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원/달러 환율 1차 저항선은 1420원, 연내 환율 상단은 1450원으로 판단된다"며 "대내외 요인 모두 원화 강세 재료가 없고 8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유의미한 방향성 전환은 겨울철 유로화 약세 심화와 맞물려 연말까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예정에 없던 회의를 긴급 소집해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놨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 기재부 내 거시경제·금융 관련 부서가 참여하는 비상경제 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주요국의 금리 인상 폭과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점이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정상화 스케줄 등에 주의하면서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금융·외환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안정을 위해 가용한 대응조치를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했다.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