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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환율·물가 연일 고공행진… 반도체 수출도 주춤 ‘쌍둥이 적자’ 경고등 [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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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수지도 10년3개월 만에 적자

제조업 중심 경기 하방 압력 확대

원·달러 환율 1384원까지 치솟아

한국 경제 4분기 더 큰 위기 우려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1384원까지 치솟으며 속절없이 하락했다. 금융위기 이후 약 13년 만에 맞닥뜨린 이례적인 고환율은 글로벌 에너지 수급 불안과 겹쳐 물가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이 수출에 도움이 된다는 공식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다른 나라 통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중간재 수입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기업 경영상태만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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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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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수출이 양호할 것”이란 정부 전망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수출을 견인했던 반도체 산업마저 글로벌 경기 침체에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경상수지에서 비중이 높은 상품수지가 7월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8월부터 재정·경상수지가 함께 적자에 빠지는 ‘쌍둥이 적자’(월간 기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국책연구기관 역시 수출 둔화에 따른 경기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우리 경제가 4분기에 더 큰 위기를 겪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2.5원 급등한 1384.2원에 마감됐다. 이는 2009년 3월31일(1383.5원)이후 13년5개월만의 최고치다. 환율은 이날 개장과 함께 연일 상승하며 장중 한때 1388.3원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다시 경신했다. 장중 기준 6거래일 연속 연고점 경신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 속 코스피는 1% 넘게 하락하며 2376.46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4889억원 가량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물가 전망도 심상치 않다. 고환율로 수입물가의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에 따라 동절기까지 세계적으로 천연가스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유가가 다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고인플레이션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주요 물가 리스크를 점검해 본 결과, 원자재 가격 반등 가능성과 수요 측 물가압력 지속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 5~6%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6개월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물경기도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KDI는 이날 발표한 ‘9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대외 수요가 둔화하며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는 모습”이라며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이 파급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KDI가 ‘경기 회복세 약화’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난 6월 이후 석 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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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수출 시장에서 경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을 주도해 온 반도체 산업의 하강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증가했다”면서 7월 반도체 가동률, 수출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고 밝혔다. 중국 주요도시 봉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수출 증가세 둔화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마저 위협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7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10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 흑자폭이 66억2000만달러 축소됐다. 이는 2011년 5월(-79억달러) 이후 11년 2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7월 상품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67억3000만 달러 감소하며 11억8000만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상품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2012년 4월(-3억3000만달러)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8월부터 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와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나타내는 ‘쌍둥이 적자’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예상되는 만큼 통화 안정화 정책과 함께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 통화 가치 하락에도 수출이 크게 증진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안정책이 필요하고, 정부는 해외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비용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김준영·이도형·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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