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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고물가 여전한데···경기 둔화 진입 신호 뚜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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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연합뉴스


지난달 무역수지가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대규모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상품수지도 10년여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대외건전성을 살필 수 있는 종합 지표인 경상수지도 당장 다음달 적자 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해외발 악재들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경기둔화 신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것인데,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들은 여전히 고물가 완화에 묶여 있어 뾰족한 대응책을 찾기도 쉽지 않다.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9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보면 KDI는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으며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전망 당시 “완만한 경기회복세”보다 경기 전망이 한층 어두워진 것으로, KDI는 “대면업종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의 회복세가 지속되고 고용도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이 파급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특히 수출 증가세 둔화에 주목했는데, 66년 만의 무역수지 최대 적자를 기록한 지난달 수출은 조업일수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월(9.2%) 대비 낮은 6.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실제로 지난달 일평균 수출액은 전달 13.9%에서 2.2%로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는데, 봉쇄령 등으로 큰 폭의 수출 감소를 기록한 중국은 물론 중국을 제외한 지역도 수출 증가폭이 축소됐다.

반도체 경기도 심상치 않다. 반도체 수출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총수출금액이 5.5% 감소하는 가운데도 5.6% 증가하며 경기위축의 완충재 역할을 했다. 하지만 7월 반도체산업의 가동률은 고점(4월) 대비 14.3% 하락한 반면, 출하대비 재고 비율 한달새 63%에서 95.7%로 대폭 상승했다. 반도체수출 가격도 전년동월대비 18.5% 하락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둔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행진에도 흑자를 유지해오던 상품수지도 7월에는 적자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까지 20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던 상품수지까지 적자로 전환됨에 따라 다음달 경상수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상품수지와 이자나 배당ㆍ임금 등을 포함한 본원소득수지, 여행ㆍ운송 등 서비스수지 등을 아우르는 경상수지는 지난 4월 2년 만에 적자를 보였다가 5월부터 흑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8월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만큼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국 등 글로벌 수요 둔화 등으로 인해 무역수지가 악화하면서 향후 경상수지 흑자 축소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추 부총리는 “연간 기준 올해 경상수지는 상당한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면서 경상·재정수지 쌍둥이 적자 가능성은 낮게 봤다.

문제는 경기 둔화 신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지만 정부가 쓸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새정부 출범 이후 첫번째 예산인 ‘2023년 예산안’은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총지출 증가율로 편성됐다. 경기 후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지만, 건전재정 유지를 위한 ‘긴축’에 무게추가 기울었다.

기준금리도 고물가 상황과 미국 등 주요국 금리인상 동조 움직임에 묶여 손을 쓰기 쉽지 않다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변곡점 없이 우상향을 지속하면서 수입물가 부담까지 가중, 운신의 폭이 더욱 제한된 상태다. 한국은행은 이날 ‘고인플레이션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원자재가격 반등 가능성, 수요측 물가압력 지속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과 기대심리 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 정책 유지에 힘을 싣고 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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