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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예전보다 심판들이 정확한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시대다. 기본적으로 물리적인 구속이 더 빨라졌다.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변화구들도 더 날카로워지고 홈플레이트 앞에서 살짝 휘는 변형 패스트볼이 늘어남에 따라 심판들의 고충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실제 메이저리그 심판들의 판정 정확도도 평균 92% 수준이다. 100개를 보면 8개는 오심이 난다는 의미다.
기계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막상 도입까지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아직 기계의 신뢰성이 완벽하지 않은 게 가장 크고, 심판의 권위를 해치거나 경기 진행이 늘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면 최근 마이너리그에서 본격적으로 실험에 들어간 스트라이크-볼 판정 비디오 판독은 하나의 중간 다리가 될 수 있다.
전체 판정을 기계가 하는 게 아니라, 각 팀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대한 비디오 판독 권리를 주는 것이다. 현재 마이너리그 실험에서는 각 팀당 세 차례 기회를 준다. 성공하면 판독 기회는 유지된다. 결정적인 순간 활용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 제도 도입을 위해 판독을 할 호크아이 시스템, 그리고 기계와 심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장비를 실험하고 있다.
실제 활용해보니 판독까지 3~4초면 충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기 진행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판독 결과에 대해서는 양 팀 모두 수긍할 수밖에 없으니 잡음도 없다.
사실 하루 200개의 볼 판정을 한다고 하면, 어떤 심판이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코스의 공이 대부분이다. 이건 사람이 하든 기계가 하든 결과에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인간이 보기 어려운 아주 애매한 코스가 문제고, 항상 이 코스에 들어오는 공이 불만의 씨앗이 된다. 여기서만 기계의 힘을 빌리자는 것이다.
어차피 사람이 100% 정확한 콜을 하기 어렵다는 건 선수나 팬들이나 모두가 이해한다. 대신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를 주고, 모든 공을 기계가 판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판의 권위 또한 크게 손상되지 않는다. 사람을 '대체'한다는 명제가 다소 거북한 게 사실이라면, 사람을 '보완'한다는 명제는 여러 구성원의 거부감도 줄일 수 있다.
경기 중 바로 잡을 기회가 있으니 불필요한 감정 싸움도 필요하지 않다. 인정하지 않는다면 판독을 신청하면 그만이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면 된다. 선수들도 심판의 어려움을 이해하기에 오심을 비난할 것도 아니다. 심판들도 경기 중간중간 존을 재설정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KBO리그에서도 매일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놓고 은근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고, 올해만 해도 벌써 몇 차례나 이와 관련된 퇴장 사례가 나왔다. KBO도 퓨처스리그에서 로봇 심판을 실험하고 있지만 아직은 이질감이 있다. 물론 정확한 판독 기술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비디오 판독 범위가 확대되는 가운데 볼 판정 비디오판독은 절충안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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