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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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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티켓 쥐었다…꿈 이룬 스무살 김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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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주형


큰 대회를 여는 명문 프라이빗 골프 클럽 중에선 간판을 달지 않는 코스가 꽤 있다. 외부인의 출입을 꺼리는 데다, 으리으리한 간판을 다는 게 촌스럽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2000년 최경주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한국인으론 처음 진출했다. 당시 그는 매니저가 없었고, 영어도 잘하지 못했다. 구글 맵은 커녕 자동차 내비게이션도 나오기 전이었다. 골프장 찾기도 쉽지 않았다. 최경주는 길을 잃는 경우가 잦았다. 경기 직전 대회장에 도착해 겨우 실격을 면한 일도 있다.

그 다음 날 최경주는 새벽 6시 호텔 주차장에서 기다리다가 한 선수를 미행했다. 그 선수를 따라가면 대회장에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최경주가 따라간 선수는 엉뚱한 고속도로로 20분을 가더니 쇼핑몰에 차를 댔다. 그 선수는 20분 후 분유와 기저귀 같은 것을 사가지고 나왔다. 최경주는 그를 따라 호텔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후 경찰에 전화해 길 안내를 부탁했다.

최경주가 어렵게 개척한 길을 따르는 후배들이 점점 늘고 있다. 20세의 신예 김주형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

1일(한국시각)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골프장에서 벌어진 PGA 투어 로켓 모기지 최종 라운드에서 김주형은 9언더파 63타를 쳐, 합계 18언더파로 7위에 올랐다. 전반 버디 5개를 잡은 김주형은 10번 홀에서 126야드를 남기고 샷이글을 기록하면서 PGA 투어 진출을 자축했다.

PGA 투어 비회원인 김주형은 이 대회까지 페덱스 포인트 417점을 얻었다. PGA 투어는 비회원이라도 페덱스 포인트 125위에 상응하는 점수를 얻으면 이듬해 정식 회원이 될 수 있다. 시즌 최종전이 남아 있지만, 김주형은 포인트 97위로 다음 시즌 PGA 투어 진출권을 받기에 충분한 점수를 확보했다. 컷 탈락을 하더라도 무난히 내년 출전권을 얻었다.

이로써 역대 PGA 투어에 진출한, 혹은 진출이 확정된 한국 선수는 15명으로 늘어났다. 2000년 최경주(8승)를 시작으로 양용은(2승), 배상문(2승), 김시우(3승), 임성재(2승) 노승열(1승), 이경훈(2승), 강성훈(1승), 안병훈, 김비오, 이동환, 박성준, 김민휘 등이다. 여기에 김성현과 김주형은 내년 출전권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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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 한국 선수 우승 횟수


김주형은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6월 한국에서 태어났다. 골프를 가르치는 아버지를 따라 두 살 때 중국으로 건너갔고 여섯 살 때 호주에서 골프를 시작했다. 필리핀과 태국 등에서도 기량을 닦았다. 만 16세이던 2018년 6월 프로로 전향해 이듬해 아시안투어 2부 투어에서 3승을 거뒀다. 그해 말엔 아시안 투어(1부)에서 역대 두번째로 적은 나이(17세 149일)에 우승했다.

2020년 코로나 19로 인해 아시안 투어 대회가 없어지자 한국으로 돌아와 KPGA 투어에서 활약했다. 김주형은 KPGA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고, 지난해 상금왕과 대상을 차지했다.

올해는 빅리그 진출을 위해 스케줄을 짰다. 아시안 투어 상위권 선수 자격으로 사우디가 주도하는 LIV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할 수 있었지만, 그는 PGA 투어를 선택했고, 도전에 성공했다.

다른 한국 선수들과 달리 2부 투어나 퀄리파잉스쿨을 거치지 않고 비회원으로 8개 대회에 참가해 당당히 출전권을 땄다. 비정규직 파트타임으로 일하다 출중한 능력을 보여 정직원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키 1m80㎝, 몸무게 89㎏인 그는 300야드가 넘는 드라이브샷이 돋보인다. 가장 큰 무기는 쇼트 게임이다. 그린 주변에서 매우 정교하고 부드러운 샷을 한다. PGA 투어에서도 뒤지지 않는 쇼트게임 능력을 갖춘 선수로 평가된다.

별명은 ‘곰돌이’다. 그러나 승부욕은 매우 강하다. 나이답지 않게 매우 침착하고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 세계 랭킹이 벌써 34위다. 가장 출전하기 어려운 마스터스 등에도 참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주형은 타이거 우즈를 보며 골프 선수의 꿈을 키웠다. 선배 임성재(24)를 롤모델로 생각한다. 세계 랭킹 1위가 목표이고,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당찬 청년이다. 김주형은 “꿈만 같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PGA 투어에서 뛰고 싶다는 마음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꿈을 이루다니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 김주형 2021~2022년 PGA 투어 성적

8개 대회 출전(메이저 대회 3회, 일반 PGA 투어 대회 5회)

컷 통과 : 7회

톱 25 : 4회

톱 10 : 2회

상금 : 11만 5000달러

비회원으로 Q스쿨 없이 PGA 투어 출전권 획득.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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