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약탈한 것으로 의심되는 곡물을 싣고 레바논 트리폴리항에 입항한 시리아 화물선. |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레바논 당국이 우크라이나에서 훔친 것으로 의심되는 곡물을 실은 시리아 화물선을 압류했다고 AFP 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바논 검찰은 이날 밀가루와 보리 등을 싣고 지난 27일 북부 트리폴리 항에 입항한 시리아 국적의 '라오디세아'호를 압류하고 경찰에 조사를 지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관리는 "담당 검사인 가산 우에이닷이 조사가 끝날 때까지 화물선 압류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또 레바논 경찰은 이 배에 실린 밀가루와 보리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훔친 것이라고 주장한 레바논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 측과 협의하라는 지시도 받았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가 전쟁 중 곡물 창고를 약탈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곡물을 훔쳐 해외로 빼돌렸다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레바논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라오디세아호에 실려 있는 보리 5천t과 밀가루 5천t이 전쟁 중 러시아군에 약탈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대사관 측은 이 선박의 출발지가 국제선 운항이 금지된 크림반도 항구라는 점을 이런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호르 오스타시 주레바논 우크라이나 대사는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을 면담하고 약탈한 곡물을 구매하면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레바논은 2020년 폭발 사고로 베이루트 항구의 곡물 저장고가 크게 훼손된 이후 곡물을 비축하지 못했고, 이는 밀가루 등의 수급 불안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전쟁이 터지면서 우크라이나산 밀 의존도가 높은 레바논에서는 지난 4월 이후 베이루트 등 주요 도시에서 '빵 사재기 대란'이 벌어지는 등 식량난이 가중됐다.
튀르키예의 곡물 회사는 배에 실린 보리와 밀가루가 훔친 물건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며, 애초 시리아에 판매할 목적이었으나 식량난을 겪는 레바논에서 팔면 값을 더 비싸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판매처를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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