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자축구 대표팀 지휘봉, 퍼거슨 감독이 잡으려고 했으나 무산
세바스천 코 당시 조직위원장, 대회 10주년 인터뷰에서 밝혀
퍼거슨 감독 |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2012 런던 올림픽 남자축구에서 '홍명보호'의 8강전 상대가 '퍼거슨호'가 될 뻔했던 사실이 공개됐다.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장이었던 세바스천 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은 대회 10주년을 맞아 27일(한국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영국 남자 축구 대표팀 사령탑 선임과 관련한 비화를 털어놨다.
코 회장은 대회를 앞두고 남자 축구 대표팀 선수 구성과 관련해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영국 축구계는 단일 협회가 없고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로 나뉘어 있다. 국제대회에도 각자 지역을 대표해 출전한다. 그러나 올림픽 축구에서는 단일팀으로 참가해야 한다.
세바스천 코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 |
영국은 축구의 '종가'다. 코 회장은 자국에서 열리는 런던 올림픽에 말 그대로 '영국 전체를 대표하는 남자 축구팀'을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뽑을 선수 풀을 보니 대부분이 잉글랜드 출신이었다.
실제 영국 대표팀의 최종 명단에는 총 17명 중 잉글랜드 출신이 12명, 웨일스 출신이 5명 오르게 된다.
코 회장은 "스코틀랜드 출신 선수가 너무 적었고, 거의 '잉글랜드 대표팀'이나 마찬가지였다"면서 "그때 갑자기 감독을 꼭 잉글랜드 출신으로 선임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알렉스 퍼거슨 경이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23세 이하 유망주들을 지도하는 그림이 그려졌다"고 말했다.
런던 올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서 박주영과 포옹하는 홍명보 감독 |
코 회장은 곧바로 퍼거슨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영입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잉글랜드 출신으로 퍼거슨 감독의 맨유 사령탑 '선배'인 보비 찰튼에게 '다리'를 좀 놔 달라고 부탁했다.
찰튼은 퍼거슨 감독에게 자세한 설명 없이 '코에게 전화 한 통 하라'고만 전했다.
코 회장은 동네 슈퍼에서 간식거리를 계산하다가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황급하게 딸에게 계산하라며 현금을 던져주고는 퍼거슨 감독이 영국 대표팀의 사령탑이 돼야 하는 이유를 간절하게 설명했다.
"맨유 홈 경기 입장권 부탁하려고 전화한 줄 알았다"던 퍼거슨 감독은 코 회장의 설명을 듣더니 처음에는 "잘 모르겠는데"라며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으나, 마지막에는 "어떤 선수를 뽑아야 할지 벌써 팀 구상이 떠오른다"며 웃었다.
동메달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선수들이 홍명보 감독을 헹가래 치는 장면 |
그리고 연말 BBC에서 진행한 스포츠 시상식 행사에서 퍼거슨 감독은 코 회장에게 "대답은 '그래'야"라며 영국 대표팀 감독직을 승낙했다고 한다.
하지만 코 회장이 구상한 '퍼거슨호'는 결국 현실화하지 못했다.
영국올림픽위원회(BOA)가 감독 선임은 조직위원장의 권한이 아니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코 회장은 "BOA는 스튜어트 피어스가 더 낫다고 보고 그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나에게는 실망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돌아봤다.
당시 홍명보 현 울산 현대 감독이 지휘한 한국 대표팀은 승승장구한 끝에 '동메달 신화'를 작성했다.
홍명보호의 8강 상대가 영국이었다. 한국은 영국과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 끝에 준결승에 진출했다.
코 회장의 구상대로 '퍼거슨호 영국 대표팀'이 탄생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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