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귀국해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들어보이는 우상혁.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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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점퍼'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금의환향했다. 2년 뒤 파리올림픽에선 꼭 정상을 밟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우상혁은 지난 19일(한국시간) 미국 오레곤주 유진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높이뛰기에서 2m35㎝를 넘어 2위에 올랐다.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 남자 경보 20㎞ 동메달을 따낸 김현섭을 뛰어넘은 역대 최고 성적이다. 21일 귀국한 우상혁은 은메달을 목에 걸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역사를 쓰고 돌아오겠다"고 했던 우상혁은 약속을 지켰다. 그는 "그렇게 됐는데 얼떨떨하다. 기분은 좋다"고 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4위로 메달을 걸지 못했지만, 우상혁은 환하게 웃었다. 이번에도 그는 금메달을 놓쳤다는 아쉬움보다는 성취감이 더 컸다. 우상혁은 "은메달도 기분 좋고, 또 금메달이면 더 좋았겠다. 전지훈련을 하면서 아쉬움이 있었다. 은메달이지만 만족한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결선에서 2m30까지 한 번에 넘었던 우상혁은 2m33에서 두 차례 실패했다. 위기에 몰렸지만 그는 웃으면서 도전했고, 바를 넘었다. 우상혁은 "2m30까지 뛰는데 '몸이 괜찮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m33을 넘은 뒤 무겁다는 느낌이 왔다. 빨리 몸 상태 인정했다. 그래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 시기에 대해선 "항상 3차 시기에 가면 걸리더라도 내가 원하는 동작, 후회 없이 하자는 생각으로 뛴다. 걸리더라도 그렇게 하자는 마음일 때 차분해진다. 그래서 3차 시기에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우상혁은 올림픽에서 2m39에 실패했다. 이번에도 마지막엔 2m39에 도전했으나 바를 떨어뜨렸다. 우상혁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미국에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이 있었다. 생각보다 몸이 좋진 않았다. 그걸 감안하면 좋은 수확을 거뒀다"고 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우상혁의 성인 '우~'라는 소리로 응원했다. 우상혁은 "'모든 관중들이 날 밀어주는구나. 넘었으면 하는 바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높이뛰기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부심도 있었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생겼다. '우'라는 이름을 해외에서 각인시켜 뜻깊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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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은 2m39를 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 치의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우상혁이 세계 최고에 오르기 위해서 넘어야 할 상대이다.
우상혁은 "(실내세계선수권에서 졌던)바심이 이를 갈고 나온 것 같다. 나도 이를 갈았지만 경력은 내가 확실히 부족하다"고 했다. 또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 경기 끝나고 다시 봤을 때도 내가 미흡하다는 걸 인정했다. 바심은 확실히 가벼웠다"고 했다.
지난 1년 사이 바심과 우상혁의 거리는 크게 좁혀졌다. 우상혁은 "바심은 메이저 대회를 숭벗이 뛰었고, 나는 이제 두 번 했다. 바심은 점점 대회 출전을 줄이고 있는데, 나는 파리 올림픽까지 더 많이 뛸 것이다. 그러면 점점 동등한 입장이 되고, 내가 원하는 동작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우상혁은 "바심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앞으로 자주 만날 것이다. 축하하고, 다음에 다시 보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떠올렸다.
9월 1일 전역 예정인 우상혁은 "군대에 있을 때 더 기록이 좋아졌지만 전역 하게 된다면 더 편안한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쉴 틈은 없다. 다음달 열리는 다이아몬드 리그에 출전할 계획이다. 그는 "다이아몬드 리그(8월 7일 실레시아, 9월 2일 브뤼셀, 9월 7~8일 취리히)는 모두 나간다. 이제 큰 숙제를 다 해서 짐을 덜어냈다.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우상혁의 SNS 아이디는 'Woo_238'이다. 자신의 키(1m88㎝)보다 50㎝ 높은 2m38을 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2m40을 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한 번에 안되더라도 계속 도전하겠다. 평생 도전조차 못하는 선수도 있다. 난 복이 많다. 2m40은 최종 목표다. 경험을 쌓다보면 뛸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우상혁은 먹는 걸 좋아하지만, 체중 유지를 위해 식단을 관리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비시즌 때보다 15㎏ 이상 감량해 60㎏대 중후반을 유지했다. 우상혁은 "경기 끝나고는 먹지 않았다. 한국에 맛있는 게 많으니 조절했다"며 "고기, 치킨, 떡볶이 등 먹고 싶은 게 많다"며 웃었다.
금의환향한 우상혁(오른쪽)과 김도균 코치.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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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의 눈은 2024 파리올림픽을 향한다. 우상혁은 "모든 선수가 날 견제하더라. 결선에서 바심과 내가 일대일 대결이 됐는데, 파리까지 다른 선수들보다 내 자신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목표도 생겼다. 이번에 이루지 못한 세계선수권 금메달이다. 우상혁은 "미국에 가자마자 도쿄가 2025년 세계선수권 개최지가 됐다는 기사를 봤다. '날 이렇게 도와주나'란 생각을 했다. 올림픽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는데, 파리를 찍고 도쿄까지 마무리 하면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우상혁은 "국민들께 응원을 부탁드렸는데 진짜 많이 해주셨다. 컨디션이 안 좋았음에도 응원을 많이 받아서 좋은 결과를 냈다. 앞으로도 육상, 높이뛰기. 우상혁에 대해 더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거기에 보답하겠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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