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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도쿄올림픽 후 1년… 여자배구 대표팀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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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8일 홍청 서머매치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김연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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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이룬 여자 배구 대표팀이 1년 만에 위기에 몰렸다. 2년 뒤 파리 올림픽은 출전조차 쉽지 않다. 김연경(34·흥국생명)의 빈 자리는 크기만 하다.

김연경은 최근 홍천에서 열린 서머매치에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참여했다. 코트에 서진 않았지만, V리그 복귀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중 3분의 1은 대표팀에 관한 질문이었다. 대표팀은 2022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겨우 3세트를 따내는 데 그치며 최하위(12패·16위)에 머물렀다.

대표팀에서 김연경의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김연경은 도쿄올림픽 이후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배구협회에선 김연경과 양효진(32·현대건설)의 복귀를 요청했으나 사양했다. 둘을 포함해 도쿄 올림픽 멤버 12명 중 무려 9명이 이번 VNL에 불참했다.

김연경은 "오랫동안 대표팀 생활을 했고,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며 치르는 VNL이)힘든 걸 알기 때문에 '고생 많이 하겠구나'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김연경이 뛰었던 지난해에도 16개국 중 15위(3승 12패)에 그쳤다. 김연경은 "VNL 성적이 항상 좋지 못했기 때문에 점점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리그 종료 이후 대회를 치르는 건 다른 나라도 똑같다. 게다가 도쿄올림픽에서 8강 진출에 실패했던 중국(4위)과 일본(5위)은 물론 태국(8위)도 8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김연경도 "모든 나라가 똑같은 조건이다. 다만 우리 나라 선수들은 유럽에서 경기 경험이 적고, 이동거리에 예민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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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와 VNL 경기에서 진 뒤 아쉬워하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사진 국제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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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말대로 한국 선수들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해본 경험이 절대적으로 모자라다. 빅리그로 통하는 유럽 리그나 아시아 정상급 리그인 중국, 일본에서 뛴 선수는 거의 없다. 김연경도 이 부분에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연경은 "V리그 규정상 다섯 시즌을 뛰면 FA가 된다. 그 때 해외진출을 하면 팀에선 고액 연봉자지만 해외에선 신인선수라 가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과 해외 리그 사이 연봉 차가 크다는 거다.

김연경은 2005년 일본 JT로 이적할 당시 연봉 30만달러(추정)에 계약했고, 터키 리그에서 뛸 땐 100만달러 이상을 받았다. 이미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재 V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그만큼의 몸값을 받을 순 없다.

지난 시즌 그리스 리그에 진출했던 이재영·다영 자매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당시 이재영은 6만유로(8000만원), 이다영은 3만5000유로(5800만원)에 사인했다. 그 전 시즌 둘이 받았던 보수(연봉+옵션) 총액은 6억원, 4억원이었다. V리그 평균연봉(1억3400만원)에도 못 미친다.

김연경은 "태국 선수들을 보면 주공격수 두 명(앗차라폰 콩욧, 찻추온 목시리)이 터키에서 뛰고, 일본에서 뛰는 선수도 많다. 구단과 선수들이 실력 양성을 위해 해외로 나간 뒤 다시 돌아오게끔 하면 한국 배구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러나 제도 개선은 쉽지 않다. 구단이 FA 기한을 채우기 전에 핵심 선수를 보내줄 리 만무하다. 선수들도 연봉이 줄어드는 걸 감수하고 낯선 외국으로 떠날 리 없다.

세계적인 배구 흐름과도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스피드 배구'가 대세가 됐다. '스피드'란 이름이 붙었지만 속도보다는 '숫자'가 중요한 시스템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3명의 선수가 리시브에 참여하고, 4명의 공격수가 모두 공격에 참여하는 게 요점이다.

배구 규칙상 전위 블로커는 3명 뿐이다. 그래서 4명이 공격 시도를 하면 블로킹이 분산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외국인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V리그에선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느려도 정확한 토스를 올려 '몰빵 배구'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태국이 신체조건은 불리하지만, 좋은 수비력을 바탕으로 여러 공격 루트를 활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2018년 부임한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이런 시스템을 바꿔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어려움에 부딪혔다. V리그에선 외국인 선수들이 라이트 포지션을 모두 맡고 있어, 국내에선 이를 소화할 선수가 부족하다. 레프트나 세터도 팀에서 하던 것과 다른 플레이를 대표팀에서 요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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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기자회견에 참석한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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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45)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다. VNL에서 기량이 검증된 선수 일부를 뽑지 않았기 때문이다. 터키 바키프방크 코치를 겸임하고 있어 대표팀 합류도 늦어졌다.

이정철 해설위원은 "조직력을 가다듬을 시간이 부족했다. 곤잘레스 신임 감독이 대표팀 훈련을 지휘한 건 이틀 정도밖에 안 된다. 다소 안일했다"고 짚었다. 선수 및 구단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에르난데스 감독이 다양한 시도를 하며 노력중인 건 사실이다. 박정아의 서브 리시브 부담을 줄이고, 라이트 이한비가 서브를 받는 전술을 선보였다. 세터 염혜선도 다양한 공격 옵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스피드 배구의 꽃인 중앙후위공격은 거의 쓰지 못했다. 선수들의 손발이 아직 맞지 않아서다. 8월 1일 소집 훈련에서 이런 부분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9월 24일 개막하는 세계선수권은 한국 여자배구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 올림픽 출전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에는 세계랭킹 24위 이내 팀만 출전할 수 있다. VNL에서 랭킹 19위까지 추락한 한국이 세계선수권에서도 부진하면 파리행 도전은커녕, 예선 출전도 못할 수 있다.

2010년대 들어 서서히 인기가 높아진 여자배구는 시청률을 제외하면 아직 '프로스포츠'로서 자생력이 떨어진다. 중계권료는 구단에게 분배되지 않고, 입장수입도 미미하다. 모기업의 지원을 받아 팀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흥행에 불이 붙었다. 코로나19 후폭풍을 이겨내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대표팀이 부진할 경우 팬들이 실망하고,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 배구 대표팀 역량 강화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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