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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연기 판 흔드는 'K팝 후광 효과', 대중을 납득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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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가수 출신 배우, 연기 시장 특혜는 여전히
차은우·제니, 美 작품 출연 논의
한국일보

그룹 블랭핑크 제니와 아스트로 차은우는 최근 각각 미국 HBO 시리즈,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을 제안받고 검토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한국일보 DB, 차은우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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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영화 시장에서 K팝 스타의 출연은 꽤나 구미가 당기는 카드다. 탄탄한 가수들의 팬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시청률을 기대할 일종의 '보험'이 되고, 이들의 출연으로 인한 작품의 화제성 상승은 적지 않은 홍보 효과까지 안겨 주기 때문이다.

가수의 출연으로 호재를 노리는 작품과, 연기 도전을 통해 활동 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가수들의 니즈는 상통했다. 덕분에 인기가 높은 가수들의 드라마(혹은 영화) 출연은 이미 오래 전부터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속 연기 경험이 부족함에도 인기가 높다는 이유로 단숨에 주연으로 데뷔하는 가수 출신 배우들이 생겨났고, 결국 '연기력 논란'이라는 역풍을 거세게 맞았다.

가수 출신 배우들의 연기력이 한 바탕 대중의 도마 위에 오른 이후 연기 도전에 나선 가수들은 대부분 조연급 배역부터 차근차근 연기 생활을 시작하는 추세다. 가수로서 쌓은 커리어나 인기와는 별개로 '신인 연기자'로서 대중에게 연기력을 인정 받는 것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깊어진 덕분이다.

하지만 연기 판을 흔들었던 'K팝 후광 효과'가 모두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과거처럼 단숨에 주연급 배역을 꿰차는 파격적인 캐스팅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연기에 도전하는 인기 가수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와 특혜가 제공되는 것은 여전하다.

일례로 최근 한 지상파 드라마를 통해 첫 연기 도전에 나섰던 인기 가수 A씨의 경우 회당 500만 원대의 출연료를 받고 작품에 출연했다. 데뷔 이후 연기 경험이 전무한데다 시놉시스상 비중이 크지 않은 조연 캐릭터를 맡았던 것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대우다.

실제로 A씨와 비슷한 연기 경력의 조연 배우의 드라마 출연료는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물론 A씨의 인기와 화제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그의 출연료 역시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책정됐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씨가 해당 작품의 시청률 상승이나 화제성에 그만큼의 영향을 미쳤는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기와 화제성을 떠나 A씨가 연기자로서 작품에 도전했다는 점이다. 이는 비단 A씨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작품에 화제성을 더했으니 충분히 제 몫을 했다'는 식의 자기위안적 태도가 아닌 연기력으로서의 결과물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최근 그룹 아스트로 차은우가 할리우드-한국 합작 영화인 'K팝: 로스트 인 아메리카'(K-Pop: Lost in America)의 주인공으로 출연 제안을 받고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블랙핑크 제니도 HBO 드라마 시리즈 '더 아이돌(THE IDOL)' 출연을 두고 검토 중인 사실이 전해졌다. (제니의 경우 조연 혹은 카메오로 출연할 것으로 보인다.)

차은우의 경우 국내에서 몇 차례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아온 바 있지만, 아직까지 연기력에 따라붙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제니의 '더 아이돌' 출연이 성사될 경우 그는 데뷔 후 첫 연기 도전을 미국 작품으로 나서게 된다. 물론 이들의 캐스팅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테다. 하지만 이 자리가 'K팝의 후광'을 딛고 얻어낸 자리라는 일각의 시선을 피하긴 어렵다. 결국 이들이 배우로서 각자의 당위성을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실력' 뿐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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