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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아직입니다”…이정후는 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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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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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야구 천재다.

2017년 1차 지명을 받고 바람처럼 등장했다. 지난 5시즌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최고의 실력을 자랑했다. 올해도 돌풍을 몰고 다닌다. 프로야구 키움 외야수 이정후(24)가 각종 지표서 최상위권에 올랐다. 엄청난 활약에도 덤덤히 평정을 지켰다.

◆“타이틀 1위, 아직이죠”

지난 28일까지 총 72경기서 타율 0.351(279타수 98안타), 14홈런 58타점, 장타율 0.581, 출루율 0.426, 득점권타율 0.426(68타수 29안타)를 기록했다. 리그 타율 2위, 안타 공동 1위, 홈런 공동 2위, 타점 3위, 장타율 1위, 출루율 1위, 득점권타율 1위다. 삼진은 단 14개라는 점도 놀랍다. 올해 타율 1위를 차지하면 2년 연속 타격왕이 된다.

이정후는 “솔직히 개인 타이틀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자부심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아직 많은 게임이 남아있다. 지금까지 치러온 경기보다 앞으로 치러야 할 경기가 더 중요하다. 끝까지 이 성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스윙 스피드를 유지하는 비결에 관해서는 “힘들 때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 초점을 맞춘다. 무게를 많이 치는 것이 아닌, 하체나 코어 위주로 꾸준히 운동한다”고 설명했다.

승부처에 유독 강하다. 계기가 있다. 지난해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7-4 승)이다. 4-4로 팽팽하던 9회초 2사 1, 2루서 두산 투수 김강률을 상대로 2타점 적시 2루타를 쳤다. 결승타가 됐다. 이정후는 “그렇게 큰 승부처가 찾아온 게 처음이었다. 꿈꿔왔던 상황에서 무언가 해낸 기분이 들었다”며 “그날 이후로 찬스가 걸리면 떨리거나 긴장되지 않고 오히려 설렌다. 여유가 생긴 듯하다”고 전했다.

◆“홈런타자, 아니에요”

벌써 아치 14개를 그렸다. 한 시즌 개인 홈런 최고치인 2020년의 15개까지 한 걸음 남았다. 기록 경신이 눈앞이다. 이정후는 “한 개 외에는 모두 극적인 상황에서 터트려 뜻깊다. 홈런타자가 아니다 보니 아직도 내 홈런 숫자가 믿기지 않는다. 팀에 도움이 되는 타격을 하는 것 자체가 기쁘다”고 언급했다.

들뜨지 않는다. 그는 “한 시즌 가지고 홈런타자라 말할 순 없다. 3~5시즌 꾸준히 쳐야 한다”며 “한 번도 홈런을 의식한 적 없다. 계속 이 홈런 페이스를 유지할 것 같지도 않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부친인 이종범 LG 퓨처스 감독의 조언을 가슴에 새겼다. 이정후는 “타석에서 홈런 스윙을 하면 바로 아버지께 연락이 온다. 육두문자가 날아와 있다”며 “집에 가면 혼난다. 시즌 끝까지 쓴소리를 듣지 않는 게 목표다”고 웃었다. 그는 “프로 초기에 아버지께서 ‘네가 잘하는 게 있는데 힘도 없으면서 왜 홈런을 의식하냐. 그러면 밸런스가 무너진다. 나중에 20대 중후반이 되면 홈런은 자연스레 나올 것’이라고 하셨다”며 “이제 내가 딱 그 나이가 됐다. 아버지 말씀이 다 맞았다. 감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분발해, 우승할게요”

각고의 노력이 이정후를 만들었다. 매년 1월 초쯤 기술 훈련을 시작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한 달 앞당겨 지난해 12월 초부터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지난 시즌 타격왕에 오르며 정립했던 타격 메커니즘이 좋았다. 그 느낌을 잊고 싶지 않아 빨리 시작했는데 효과를 보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선배들의 장점도 영리하게 흡수했다.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박병호(KT) 등을 교과서로 삼았다. 이정후는 “선배님들을 잘 만난 덕이 크다. 병호 선배님이 항상 일찍 출근해 운동하시고 경기 준비하시는 걸 따라 하다 보니 루틴이 됐다. 이제 그렇게 안 하면 마음이 불편하다”며 “대표팀에서도 선배들이 어떻게 훈련하고 타격하는지 유심히 지켜봤다. 먼저 다가가 여쭤보는 성격이 못 돼 눈으로 배웠다”고 전했다. 그는 “팀 내 어린 선수들이 나를 보고 따라 한다. 하나의 문화가 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마음속엔 한 가지 꿈뿐이다. 이정후는 “우승하고 싶다. 아무도 우리 팀을 상위권으로 예상하지 않았던 올 시즌, 이렇게 멋진 성적(2위)을 거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동료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멋지다”며 “누구보다 서로를 믿고 있다. 분위기도 정말 좋다. 마무리까지 잘해 창단 첫 우승 멤버로 남는다면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 듯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두홍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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