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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이슈 독일 '분데스리가'

벤투호 ‘찬스맨’…작은 정우영, 확 커진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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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전서 황희찬 선제골 돕고, 손흥민과 원투패스 ‘위력’

기동력에 킬패스까지 장착…대표팀 새 연결고리 ‘눈도장’

경향신문

축구대표팀 정우영이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대전 | 정지윤 선임기자


축구의 꽃은 ‘골’이라 말한다. 파릇파릇한 잔디가 깔린 무대에서 골을 넣는 선수는 주연 취급을 받고, 그를 뒷받침하는 나머지 선수들은 조연 혹은 단역이 되기 일쑤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는 ‘6월 모의고사 2교시’였던 지난 6일 칠레전도 주연은 분명 손흥민(30·토트넘)과 황희찬(26·울버햄프턴)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누비는 두 공격수가 전반과 후반 한 차례씩 골 폭죽을 쏘아올릴 때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환호했다.

그런데 칠레전의 연출자라 할 수 있는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53)은 젊은피 조연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섀도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작은’ 정우영(23·프라이부르크)이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수비형 미드필더 ‘큰’ 정우영(33·알 사드)이 벤투호 붙박이 주전이었다면 공격형인 ‘작은’ 정우영은 최근 대표팀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원래 빠른 발과 풍부한 활동량이 강점으로 여겨졌던 정우영은 후반 23분 교체될 때까지 골만 넣지 못했을 뿐 공격의 연결고리라는 새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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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황희찬(가운데)이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12분 선제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자 어시스트한 정우영(왼쪽)도 옆에서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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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의 활약상은 전반 12분 황희찬의 선제골을 돕는 어시스트로 시작됐다. 역습 찬스에서 신속한 볼 운반과 함께 침투 패스를 배달했는데, 황희찬의 감각적인 슛과 맞물려 칠레의 기세를 꺾는 득점이 됐다. 득점은 불발됐지만 후반 21분 손흥민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수비를 뚫은 장면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득점 찬스는 아니었지만 후반 7분 감각적인 돌파로 상대 수비수 알렉스 이바카체의 퇴장을 이끌어낸 것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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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이 지난 6일 칠레전에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낸 위치. 옵타 제공


정우영의 눈부신 활약은 기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정우영은 칠레전에서 득점 찬스를 만들어내는 기회 창출에서 4회를 기록해 팀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흥미로운 것은 원래 정우영이 다른 포지션이 더 익숙하다는 사실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그는 2021~2022시즌 32경기(5골·2도움)를 뛰었는데 최전방 골잡이와 측면 날개,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등을 소화했다. 대표팀에서도 주로 측면 쪽으로 기용되는 일이 많았는데, 칠레전에서 자신에게 꼭 어울리는 옷을 찾았다.

정우영의 재발견은 본선이 가까워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표팀 주전 경쟁에도 영항을 미칠 요소다. 벤투 감독은 섀도 스트라이커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이재성(마인츠)과 권창훈(김천), 황인범(서울) 등을 선호했다. 그런데 주전으로 볼 수 있는 이재성이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정우영이 합격점을 받으면서 경쟁에 불이 붙게 됐다. 정우영이 역습에 힘을 기울이는 전술에서 빛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강팀만 상대하는 월드컵 본선에 더 어울린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주전을 꿰찬 그가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11월까지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벤투 감독은 “정우영은 좋은 기술을 가진 선수”라며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고, 경기 중에 높은 리듬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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