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왼쪽)을 비롯해 2선 공격진의 상승세는 축구대표팀 간판 골잡이 손흥민에게도 호재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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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토트넘홋스퍼)이 한결 가벼워진 어깨로 A매치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함께 골 사냥에 나서는 공격진 동료들이 소속팀 관련 걸림돌을 치우고 펄펄 날고 있기 때문이다.
6월 A매치 4연전 중 2경기에서 축구대표팀이 건진 가장 큰 소득은 최전방에서 손흥민을 도울 공격진의 동반 부활이다. 특히나 축구팬들 사이에서 ‘트리플H’라 불리는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울버햄프턴), 황인범(서울) 등 ‘황 트리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손흥민과 함께 훈련하는 황희찬(왼쪽)과 황의조(가운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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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합류 직전까지도 세 명 모두 경쟁력 저하가 우려됐다. 황의조는 올 시즌 보르도에서 꾸준히 선발 출장하며 12골을 몰아쳤지만, 득점포는 전반기에 집중됐다. 시즌 막판 6경기에서 골 맛을 보지 못했다. 같은 기간 1승(1무4패)에 그친 소속팀 보르도는 막판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버텨내지 못하고 2부리그로 강등됐다.
황희찬은 주전 경쟁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시즌 초반 6경기에서 4골을 몰아치며 기세를 높였지만,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쉰 이후 팀 내 입지가 좁아졌다. 후반기엔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1골 1도움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3월 이란과 A매치에서 득점 직후 서로 격려하는 황희찬(왼쪽)과 손흥민.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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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은 안팎의 상황이 어수선했다. 올해 초 발가락 골절 부상을 당해 재활에 전념하던 사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권고를 받아들여 원 소속팀 루빈 카잔(러시아)에 복귀하는 대신 FC서울과 단기 임대 계약을 맺고 K리그 무대로 건너왔다. 그 사이 카잔이 2부리그로 강등된 건 또 하나의 악재다.
6월 A매치가 세 선수 모두에게 재도약의 기폭제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귀국 후 대표팀 훈련에 참여하자마자 가벼운 몸놀림과 밝은 얼굴을 되찾았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룬 기대감에 2002월드컵 20주년의 열기가 합쳐지며 불붙은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도 힘이 됐다. 지난 2일 브라질전 6만4872명, 6일 칠레전 4만135명으로 두 경기 모두 만원 사례를 이뤘다.
브라질전은 완패(1-5)로 끝났지만, 황희찬과 황의조가 합작한 득점포는 브라질 언론이 자국 수비진을 매섭게 비판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황희찬이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뒤 찔러준 패스를 황의조가 정면에서 받아 화려한 터닝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손흥민(왼쪽)과 황희찬.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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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전문매체 90min브라질은 “한국의 에이스 손흥민은 우측면 수비수 다니엘 알베스(바르셀로나)의 배후 공간을 수시로 파고들었다. 스트라이커 황의조는 티아고 실바(첼시)를 등진 상태로 완벽하게 몸을 돌려 골까지 넣었다”면서 “평소라면 노출하지 않을 수비 문제가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칠레전 황희찬의 선제골은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꺼내 든 ‘변칙 옵션’의 결과물이라 주목할 만하다. 오른발잡이 황희찬은 최전방 원톱으로 자리를 바꾼 손흥민을 대신해 왼쪽 측면을 맡았다. 오른쪽 터치라인 부근에서 크로스에 치중하던 것과 달리 왼쪽에선 위험지역으로 파고들며 적극적으로 슈팅했다. 경기 중 공격수들의 위치를 수시로 바꾸며 상대 수비진을 교란하는 스위칭 전략에 대한 가능성과 기대감을 높였다.
브라질전에서 중원을 사수하느라 애를 먹었던 정우영(오른쪽)은 칠레전에서 패스가 좋고 많이 뛰는 황인범과 호흡을 맞추며 한결 안정감을 높였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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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선 공격수 황인범이 3선으로 내려가 정우영(알 사드)과 함께 호흡을 맞춘 변화도 긍정적이다. 많이 뛰고 패스가 정확한 황인범이 허리를 장악하면서 수비 안정감과 빌드업 전술이 모두 살아났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정우영 곁에 황인범을 배치해 상대 압박에 대응하고 수비 안정감을 높인 방식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카타르월드컵 본선용으로도 합리적인 카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A매치 활약과 맞물려 세 선수 모두 긍정적인 상황 변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소속팀 강등으로 새 팀을 찾아야 하는 황의조는 낭트(프랑스 1부) 이적설의 주인공이 됐다. 칠레전을 끝으로 훈련소 입소를 위해 6월 A매치 일정을 조기 종료한 황희찬은 기초군사훈련을 이수하면 병역 관련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황의조와 마찬가지로 소속팀 강등을 겪은 황인범은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을 검증 받은 만큼 새 팀을 찾기가 수월할 전망이다. 당분간 서울 유니폼을 입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방법도 있다.
칠레전 직후 A매치 100경기 기념 행사에 참석해 팬들에게 답례하는 손흥민.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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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H의 상승세는 결과적으로 간판 골잡이 손흥민에게도 호재다. ‘한국은 손흥민 원맨팀’이라는 외부의 시선이 여전한 가운데, 공격 파트너들이 위협적인 공격력을 보여주면 상대 수비수들의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손흥민에게 공간이 열리면 득점 기회도 함께 열린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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