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첫 안타 친 크리잔 |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제이슨 크리잔(3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은 몸쪽 초구가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공을 잡아당겼다.
방망이에 제대로 걸린 타구는 빠르게 내야를 통과했고, 마이너리그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낸 '나이 든 실패한 유망주'는 그렇게 빅리그 첫 안타의 기쁨과 마주했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아내 크리스틴은 두 살배기 아들 카터를 꼭 껴안은 채 입술을 꽉 깨물고서야 눈물을 속으로 삼킬 수 있었다.
크리잔은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벌어진 2022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 홈 경기에 9번 타자 좌익수로 출전해 3타수 1안타를 쳤다.
안타 1개가 바로 5회 2사 후 터진 빅리그 첫 안타였다.
천신만고 끝에 빅리그에 콜업돼 3경기 만에 안타를 신고한 크리잔은 경기 후 "관중들의 함성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었다"며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제이슨 크리잔의 첫 안타공. |
크리잔은 팀 동료인 족 피더슨(30)의 방망이를 빌려서 안타를 때렸고, 피더슨은 뜨거운 포옹으로 그를 반겼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8라운드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지명을 받았던 크리잔은 마이너리그에서만 11년, 1천132경기를 뛰고서야 인생의 목표 가운데 하나를 이뤘다.
게이브 케플러 샌프란시스코 감독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단 하나의 안타도 당연한 건 없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축하가 쏟아졌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경기가 끝난 직후, 크리잔은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올 시즌 개막과 함께 일시적으로 28인으로 확대됐던 빅리그 로스터가 이날 경기를 끝으로 다시 26인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매미가 유충으로 땅속에서 지낸다는 7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견뎌냈던 크리잔은 다음 기회를 기약한 채 쓸쓸히 짐을 쌌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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