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매체에 이례적 확인…"전쟁 사이 숨은 전쟁" 주장
처음에 헤즈볼라행 무기 막다 시리아 곳곳 공습 확대
이스라엘 공군의 F-15 전투기 |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력 증강을 막으려고 수년간 수백 차례 공습했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시인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란과 그 대리세력(중동의 친이란 정치·무장조직)을 겨냥해 2017년부터 시리아 등 중동 지역에 가한 공습이 400여 차례라고 밝혔다.
WSJ은 이스라엘 지도부가 이를 '전쟁 사이의 전쟁'으로 불렀다며 전면전 발생 때 이란이 이스라엘을 타격할 능력을 저해하는 게 그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한 공습을 이처럼 전면적으로 시인하고 배경까지 설명한 경우는 없었다.
다만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이란과 관련한 무장세력의 주둔지와 연관 시설을 수시로 파괴하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비밀이었다.
지난주 이스라엘 공군사령관에서 물러난 마미캄 노르킨 소장은 "100% 성공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 활동이 없었다면 지금 상황이 훨씬 더 부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습 표적이 된 이란 군사자산에는 러시아가 제공한 방공체계, 이란 군사고문이 운영하는 드론(무인기) 기지,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로 가는 유도미사일 체계 등이었다.
이스라엘 컨설팅업체 '노스스타 안보분석'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습으로 이란군 지휘관, 시리아 병사,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 등 300여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민간인도 최소 3명 포함돼 있다.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란 핵과학자 파크리자데 암살 |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은 처음에 헤즈볼라로 가는 무기를 차단하는 데 국한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이란이 시리아에서 지원하는 무장세력, 시리아에 있는 이란의 시설을 직접 노리는 쪽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이스라엘 퇴역 장성인 아사프 오라이언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점점 노골적, 직접적으로 변해 긴장 고조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과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별로 효과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한 이란 관리는 WSJ 인터뷰에서 "20∼25차례 공습 중에 2차례만 표적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정부 고문도 "이란이 시리아 전역에서 세력을 강화하고 있어 그런 위상을 약화하기는 어렵다"고 거들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이 여전히 시리아에서 광범위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헤즈볼라에도 정밀무기 지원을 계속한다고 본다.
이스라엘은 공습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르킨 소장은 "전쟁을 뒤로 미룰 수 있다면 얻는 게 많다"며 이란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한 이스라엘의 공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계획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이스라엘의 태도에도 읽힌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맹방이면서도 러시아와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
러시아와 관계가 악화하면 이란을 압박하려는 시리아 내 공습이 러시아의 개입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다.
이란과 함께 시리아 정권을 후원하는 러시아는 이스라엘의 공습을 그간 묵인해왔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공습 때 러시아인 인명피해를 막으려고 직통전화까지 쓴다고 알려졌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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