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각국 외환보유액 달러 비중 59%로 하락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80년간 지배력을 유지했던 미국 달러화의 패권이 미국 주도의 러시아 제재를 계기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극한 상황에서 외국 중앙은행의 달러 접근을 차단해 해당국 경제를 고립시킬 수 있다. 라구람 라잔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이 힘을 '경제적 대량살상무기(WMD)'라고 부른다.
미국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이 폭탄을 터뜨렸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6천300억달러(약 765조원)를 동결시켜 루블화 가치를 폭락시켰다.
하지만 경제적 대량살상무기 사용은 다른 나라들을 겁에 질리게 하며, 이들도 러시아와 같은 운명을 피하려고 외환보유액을 달러에서 다른 통화로 분산시킬 수 있다고 CNN비즈니스가 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이에 따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전략가는 '달러 무기화'가 달러 지위의 훼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금융 시스템의 '발칸반도화'(발칸반도가 여러 나라로 분열된 것처럼 하나의 실체가 여러 개로 쪼개지는 것)가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을 잠식한다고 설명했다.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부과된 금융 제재로 인해 국가 간의 교역에 기반을 둔 소규모 통화 블록이 출현할 수 있다고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그는 "달러화는 그런 상황에서도 주요 글로벌 통화로 남겠지만 더 작은 수준에서 (통화) 분열이 일어나는 것은 확실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연구보고서를 보면 세계 각국의 외환 보유에서 달러의 비중은 이미 지난 20여 년간 하락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의 비중은 1999년 71%에서 2021년 59%로 12%포인트 낮아졌다.
IMF는 지난해에도 블로그에서도 2020년 4분기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이 59%로 25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달러 비중이 작아졌지만, 유로화나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 비중이 커지진 않았다.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각국 중앙은행 자금은 4분의 1은 중국 위안화로, 나머지 4분의 3은 호주 달러, 캐나다 달러, 한국 원, 싱가포르 달러, 스웨덴 크로나 등 다른 통화로 갔다.
IMF는 위안화 비중이 어느 정도 높아졌지만, 국제 준비통화 형태로는 달러보다 많이 뒤져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달러 중심 체제에 균열을 내려 한다.
앞서 지난달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 각국에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유 일부에 대해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중국과 적극적으로 협의 중이라는 보도도 최근 나왔다.
CNN은 그러나 달러가 왕좌를 잃어버릴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내다봤다. 뚜렷한 대안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위안화 결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지만, 국제 결제의 3%만 위안화로 이뤄진다. 이는 국제 결제에서 달러의 비중이 40%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CNN은 또한 미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곳으로 외국 자금이 끊임없이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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