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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문상열의 부시리그'

개막전 의미 고려안한 감독의 무모한 투수교체[문상열의 부시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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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2013년 메이저리그(MLB)에 입문한 류현진, 그는 2019년 팀에이스 클레이튼 커쇼(34)의 부상으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개막전 선발투수의 영예를 안았다.

다저스 출입기자들은 류현진에게 개막전 선발의 의미를 물었다.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 개막전 선발투수인 터라 각별했다. KBO리그 출신으로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에게서 돌아온 답은 너무 맥빠졌다. “내 목표는 투구수와 이닝을 늘려서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개막전 선발투수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커쇼의 어깨 부상으로 개막전 선발을 놓고 전년도 성적이 좋았던 류현진과 리치 힐(보스턴 레드삭스)을 놓고 저울질을 한 끝에 그를 선택한 것이다. 류현진에게 개막전 선발의 의미는 페넌트 레이스의 한 경기일 뿐이다는 뜻이 담겨 있다. 실제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MLB 투수들은 개막전 선발에 낙점되면 가문의 영광으로 안다. 개막전 투수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레전드의 활약을 포함한 히스토리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이들은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야구를 배웠고, 언론은 개막전에 큰 방점을 찍고 의미를 부각시킨다.

MLB 개막전은 늘 전 구장 매진을 이룬다. 그러나 다음 날 경기에는 스탠드가 텅텅 빈다. 개막전이기 때문이다. MLB는 미국 스포츠 가운데 시즌이 해를 넘기지 않고 한 ‘캘린터 이어’에 시작과 끝이 이뤄지는 유일한 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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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선발투수 폰트. 2022.3.21. 문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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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라진 쌍방울 레이더스의 에이스였던 SSG 김원형 감독은 2일 개막전 선발 윌머 폰트의 대기록을 포기했다. 폰트의 9이닝 퍼펙트는 비공인 기록이다. 포털 사이트의 많이 본 뉴스에 ‘팀 노히터 승리’ 김원형 감독 “퍼펙트 폰트, 투구수 104개라 교체했다”가 톱에 올랐다.

감독에 의한 퍼펙트게임 무산으로 도배했을 미국과의 문화적 차이를 느낀다. 스포츠 라디오토크쇼에서는 찬반양론으로 하루 종일 이 문제를 다룬다. 노히트 노런과 퍼펙트는 하늘과 땅 차이다. KBO리그에서는 아직 퍼펙트게임이 한 차례도 수립되지 않는 톱 오브 톱 기록이다. MLB는 23회, 월드시리즈에서는 1956년 뉴욕 양키스 돈 라센이 유일하다.

시즌 개막이고, 시범경기에서 폰트가 이 정도 투구를 하지 않아 투구수를 관리하고 선수보호 차원에서 104개로 투수를 교체했다는 김 감독의 해명이 얼핏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 해명만으론 설득력이 부족하다. 투수교체가 냉정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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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가운데)과 추신수(왼쪽), 김광현이 3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 3. 31.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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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이 SSG로 3년 만에 복귀하면서 내세운게 “우승과 함께 팬들을 야구장에 오도록 흥행에 앞장서겠다”는 일성이었다. KBO 신임 허구연 총재도 ‘팬 퍼스트’를 강조했다.

개막전에서 초유의 퍼펙트게임으로 테이프를 끊었다면 2022시즌은 성공의 첫 발을 뗄 수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개막전에 대한 야구의 역사 인식이 없었고, 단순히 투수가 시즌 초반부터 공을 많이 던지면 안된다는 ‘스테레오 타입’에 갇혀 폰트의 대기록 작성을 저지시킨 것이다.

폰트의 투구수는 104개였다. 9회까지 구위를 고려하면 10회를 던져도 무방했다. 해설자로 변신한 한 야구인도 “올해가 KBO리그 출범 40주년이고 개막전인데 퍼펙트게임의 대기록이 수립됐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LA 다저스 로버츠 감독은 2016년 9월10일 좌완 리치 힐이 마이애미 말린스를 상대로 7회까지 삼진 9개를 빼앗으며 퍼펙트게임을 진행하는데 8회 교체했다. 투구수 89개였다. 로버츠는 이후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의 후폭풍에 시달렸고, 나중에 힐에게 교체를 미안하다고 사과한 적이 있다.

투구수가 만고의 진리는 아니다. 휴식을 더 주면 된다. 어쨌든 김원형 감독은 2022 KBO리그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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