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석 '넘어가라' |
(안산=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날, 레프트 곽승석(34)은 의미 있는 기록 하나를 세웠다.
대한항공은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6라운드 방문 경기에서 OK금융그룹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하고 남은 한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곽승석은 이날 경기에서 임동혁(23점), 정지석(18점)에 이어 팀 내에서 세 번째로 많은 10점을 뽑아내고 개인 통산 3천득점을 달성했다.
국내 선수로는 역대 15번째 기록이다. 곽승석은 앞서 2017-2018시즌에는 역대 6번째 수비 5천 개를 채웠다.
공격과 수비 모두 코트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곽승석의 가치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곽승석에겐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이었기에 더욱 정규리그 1위의 기쁨이 컸다.
그는 경기 후 "1라운드부터 지금까지 힘들었는데, 정규리그를 잘 마무리해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올 시즌 초반 대한항공은 '더블 해머 시스템'을 가동했다. 두 라이트 공격수인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와 임동혁이 동시에 코트에 섰다.
레프트 정지석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안이었지만 그만큼 곽승석의 리시브 부담이 커졌다.
정지석이 복귀하면서 수비 부담은 줄었지만 대신 공격에서 해야 할 몫이 커졌다. 곽승석은 그 역할까지 부지런히 수행해냈다.
팀이 원하는 역할이라면 뭐든지 척척 소화해내는 그를 두고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카멜레온 같다"고 표현했다.
프로배구 남자부 정규리그 우승 차지한 대한항공 점보스 |
곽승석은 이 말을 전해 듣고는 "색깔이 많다고 하는 것은 장점인 것 같다"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기대에 부응하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시즌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 체제로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달성한 대한항공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변화를 선택했다.
V리그 역대 최연소 사령탑인 틸리카이넨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전술과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두 사령탑을 1년 주기로 겪으며 이에 적응하는 과정은 프로 12년 차인 곽승석에게도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산틸리 감독이나 틸리카이넨 감독이나 서로 모르기에 초반엔 힘들었다"며 "다만 통합 우승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기에 비시즌 때부터 대화와 연습을 하면서 맞춰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지냈다"고 소개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적지 않게 겪었다. 1라운드 때는 2승 4패로 고전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리그가 잠시 중단되면서 선수단에도 균열이 생겼다.
곽승석은 "연습할 때도 뭔가 분위기가 안 좋았던 건 사실"이라면서 "경기력은 안 좋았지만 이기긴 했다. (지난 22일) KB손해보험전에서는 잘 추슬러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 모습을 유지하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거머쥔 대한항공은 4월 5일부터 챔프전 1차전을 치른다.
올 시즌 남자 프로배구는 코로나19 여파로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가 모두 단판 승부로 줄었고, 챔프전 역시 5전 3승제에서 3승 2승제로 축소됐다.
곽승석은 "진짜 모르겠다. 그날 경기력에 따라 누가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많은 변수가 있을 것"이라면서 "모든 팀을 다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시즌 종료 후 1주일이라는 시간이 참 중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우승 트로피 든 틸리카이넨 감독 |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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