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선수 투입하는 '모자이크 배구'로 승승장구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배구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파격적인 의사결정을 했다.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의 후임으로 핀란드 출신의 젊은 지도자, 토미 틸리카이넨(35) 감독을 선임한 것이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선수 경력이 없는 데다 지도자 경력도 그리 길지 않다.
더군다나 틸리카이넨 감독은 1987년생으로 팀 내 주축 선수인 한선수, 유광우(이상 37)보다도 어리다.
주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틸리카이넨 감독의 리더쉽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가 많았다.
대한항공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건 혁신과 변화의 움직임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지난 시즌 창단 후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바라봤다.
꾸준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한두 명의 스타 플레이어에 매달리지 않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리 팀은 선수층이 두꺼운데, 편견 없이 선수들의 출전 시간과 투입 시기를 배분할 감독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프로배구에서는 외국인 선수와 소수의 주축 선수 활약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대한항공은 주축 선수의 부상 이탈 등 각종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팀을 만들기 바랐다.
쉽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겪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여러 선수를 골고루 투입하며 다채로운 작전을 펼쳤는데, 이를 선수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성적이 고꾸라졌다.
주포 정지석이 불미스러운 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도 컸다.
대한항공은 1라운드에서 2승 4패 승점 7을 기록하면서 7개 팀 중 6위에 처졌다.
서브 시도하는 대한항공 정지석 |
대한항공이 비상하기 시작한 건 2라운드부터다.
조직력이 살아나고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가 국내 무대에 적응하면서 힘을 냈다.
주전 세터를 맡은 유광우는 빠른 공격으로 팀을 이끌었고, 링컨은 한 박자 빠른 스윙으로 팀 템포를 높였다.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합류한 3라운드부터 승승장구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정지석과 곽승석, 임재영, 링컨, 임동혁 등 다양한 공격수를 상황에 맞게 활용하면서 많은 변화를 줬다.
선수들의 체력안배를 극대화하고 상대 팀 전력분석에 혼란을 주면서 1위 자리를 단단하게 지켰다.
다른 팀들이 외국인 선수 혹은 주축 선수들에게 기대는 일명 '몰빵 배구'를 펼칠 때 대한항공은 여러 선수를 골고루 투입해 다양한 효과를 유도하는 '모자이크 배구'로 승부수를 띄웠다.
링컨 ‘시원하게’ |
대한항공은 일부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와 부상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꾸준한 실력과 기량으로 매 경기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올 시즌 V리그 각 부문 선수 순위를 살펴보면 대한항공의 팀 색채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대한항공은 득점, 공격, 서브 등 대다수 개인 기록 상위권엔 소속 팀 선수를 올려놓지 않았다.
그만큼 여러 명의 선수가 역할을 나눠서 소화했다는 의미다.
대한항공은 개인 능력이 아닌 시스템으로 팀 전력을 극대화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대한항공은 리그 막판 2위 KB손해보험의 치열한 도전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22일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며 추격을 뿌리쳤다.
이제 대한항공은 2년 연속 통합 챔피언 자리를 노린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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