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선례 만든 KOVO, 이해관계 따라 방역 매뉴얼 수정
배구코트에서 방역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배구연맹(KOVO)과 프로배구 여자부 7개 구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리그 운영 매뉴얼을 백지화하면서 방역 불감증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는 11일 페퍼저축은행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포스트시즌(PS)을 치르지 않기로 한 기존 방역 매뉴얼의 조건을 충족했다.
그러나 KOVO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매뉴얼을 손쉽게 뒤집었다.
정규리그 경기는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PS는 경기 수를 줄여서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구단은 20일 리그를 재개한 뒤 모든 일정을 마치고 PS를 치르게 됐다.
KOVO와 여자부 7개 구단은 이번 결정으로 언제든지 방역 매뉴얼을 뒤집을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
코로나19 매뉴얼은 KOVO가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한 리그 진행을 위한다며 자체적으로 만든 규정이다.
리그 중단 기간이 14∼23일이면 정규리그 수는 유지하되 포스트시즌을 축소하기로 했고, 24∼28일간 중단되면 포스트시즌을 열지 않기로 했다.
리그 중단이 28일을 넘어가면 리그를 조기에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집단감염이 타 구단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프로배구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한 조처였다.
그러나 KOVO와 각 구단은 긴급회의 한 차례로 이 규정을 백지화했다.
KOVO의 결정으로 방역 규정이 갖는 무게감은 일순간에 사라졌다.
앞으로 코로나19 매뉴얼은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고, 무시할 수 있는 기준이 돼 버렸다.
매뉴얼을 백지화하면서 내놓은 이유도 옹색하다.
KOVO는 "프로배구 여자부 인기 상승 유지, 팬서비스 제공, 포스트시즌 진행 시 일정 소요 기간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프로배구의 인기를 유지하는 게 자체 방역 규정보다 중요한지 의문이 들게 하는 설명이다.
이번 결정으로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19 추가 확진에 관한 대처 방법도 사라졌다.
만약 리그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더 발생해서 중단 기간이 더 길어지면, KOVO와 각 구단은 다시 모여 운영 방침을 세워야 한다.
기존 매뉴얼 기준은 백지화했으니, 새로운 규정으로 남은 리그 일정을 짜야 한다.
혼란은 선수와 팬들의 몫이다.
KOVO와 각 구단은 매뉴얼을 백지화하면서 구성원들에게 충분한 의견을 묻지 않았다.
팬들은 KOVO의 결정에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KOVO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한 누리꾼은 "누구를 위한 매뉴얼 변경인가"라며 "인기를 위해서라고 하는데, 구단들의 수입 때문에 선수들의 건강은 등한시하는 것인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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