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에너지 의존도 높은 유럽, 회원국별로 입장차
독일·네덜란드 등 반대…폴란드·리투아니아 등은 찬성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미국이 검토 중인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입 금지 조치에 동참할지를 두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회원국은 이 방안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며 지지하고 있지만,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특히 높은 독일 등은 이 같은 조치는 유럽 경제와 시민 일상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EU 회원국 장관들은 러시아 석유와 석유 제품 수입 제한을 포함한 대러 제재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그러나 독일 등은 이러한 조처를 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반면 폴란드 등은 러시아 화석 연료를 겨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날 성명에서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을 일부러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왔다"면서 "유럽에 난방, 이동, 전력, 산업을 위한 에너지 공급은 현재로서는 어떤 다른 방식으로 보장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그것은 그래서 공공 서비스 제공과 우리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독일은 EU 안팎의 파트너들과 몇 달 동안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대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그것은 하룻밤 사이에 이뤄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도 같은 날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즉시 중단하라고 강요하면 유럽 등 세계의 공급망을 망가뜨리고 결국 우크라이나에도 영향을 주는 등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변화는 꾸준히 하는 것이지 갑자기 이루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키릴 페트코프 불가리아 총리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한 모든 제재를 지지하지만, 러시아 천연가스와 석유 수입 금지에 대한 제안이 나온다면 아마도 면제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트코프 총리는 "우리는 현재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불가리아는 가스 공급의 거의 전부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이 나라의 유일한 정유 공장은 러시아 정유회사 소유로, 이 나라에서 사용되는 가스의 60% 이상을 공급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반면 폴란드 EU 대사는 러시아산 석탄, 석유, 석유제품 수입 금지를 지지하며 가스는 다음 단계에서 금지하자는 뜻을 나타냈다고 EU 전문매체 'EU옵서버'가 폴란드 매체를 인용해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가브리엘류스 란즈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 장관도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금수 조치를 촉구하면서 "우리가 수입하는 에너지원들이 러시아의 군사 작전에 돈을 내고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피가 묻은 석유와 가스에 돈을 지불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만약 EU가 러시아 석유 금지 방안을 제안한다면 이탈리아는 아마도 지지할 것이라고 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슬로베니아도 러시아 석유, 가스 수입 금지를 지지할 것이라고 한 정부 관리는 말했다.
에너지 수요의 대부분을 원자력에 기대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국제에너지기구(IEA) 내 유럽 국가들과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EU는 천연가스의 40%, 석유의 25%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2020년 EU의 러시아 수입품 규모는 953억 유로(약 127조5천247억원) 상당으로 이 가운데 70%는 석유와 가스였다.
특히 EU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경우 러시아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독일은 가스의 55%, 석유와 석탄의 40% 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한다고 AFP는 전했다.
EU 정상들은 오는 10∼11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비공식 회의에서 정해진 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채 러시아 화석 연료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에 합의할 수도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성명 초안을 입수해 전했다.
가브리엘류스 란즈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 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8일 러시아에 대한 유럽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원을 다양화하며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계획을 제안할 예정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속에 유럽 에너지 공급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EU 회원국들은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에너지원을 다양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 가스의 대안으로 미국과 카타르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EU는 LNG를 받고 유럽 전역으로 유통할 기반시설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한 EU 외교관은 말했다고 EU옵서버는 전했다.
에너지 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결정타를 입힐 조치로 일찌감치 거론돼 왔지만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직접적인 에너지난 가능성 때문에 마지막까지 도입을 미뤄왔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에 이어 입법부가 강하게 금수 조치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실제 에너지 부문 제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의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다. 또 휘발유와 디젤 생산에 필요한 연료유 등 석유제품까지 포함할 경우 8%가량이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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