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주행 논란’ 벗어난 김보름…법원 “노선영이 300만원 지급하라”

김보름, 노선영 상대로 2억원 손배소 제기…법원, 원고 일부 승소 판결

2019년 2월21일,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일반부 3000m 경기를 마친 김보름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 중인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김보름(29)이 과거 ‘왕따 주행’ 논란으로 얽힌 노선영(33·은퇴)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16일 김씨가 노씨를 상대로 제기한 2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두 사람과 박지우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호흡을 맞췄다. 팀추월은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를 가린다.

김씨와 박씨는 속도를 냈지만 뒤로 밀린 노씨의 기록이 반영되면서 한국은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씨는 “잘 타고 있었는데, 격차가 벌어져 기록이 아쉽게 나왔다”고 웃음기를 머금은 채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노씨가 인터뷰에서 올림픽 전부터 따돌림이 있었다고 주장해 ‘왕따 주행 논란’에 불이 붙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감사에서 “고의성은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성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김씨는 심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김씨는 2019년 1월 자신이 노씨에게서 훈련 방해와 폭언 등 괴롭힘을 당해왔다며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말했고, 같은해 10월에는 과거 노씨의 가혹행위에 따른 피해와 각종 허위 인터뷰 등으로 인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노씨 측은 그런 일은 없었다며 반박했고, 김씨의 선수 자격 박탈 청와대 국민청원글이 올라온 데 대해서는 당사자의 인터뷰 내용과 표정 등에서 비롯한 거라고 강조했다.

2019년 2월20일,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일반부 500m에 출전한 노선영이 경기를 마친 뒤 숨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경기는 정상적 주행”이라며 “오히려 선수의 컨디션에 따라 주행순서를 결정하고, 선수 간 간격이 벌어질 때 적절한 조처를 할 지도력의 부재 등으로 초래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 사이에 간격이 벌어졌다고 해도 각자 주행패턴과 속도대로 주행하고, 뒤처진 선수는 최선을 다해 앞 선수를 따라가는 것이 경기 결과에 유리하다고 볼 여지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문체부의 감사 결과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노씨의 인터뷰가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해 손해배상 책임을 만들어낼 정도의 내용은 아니라고 봤다. 노씨의 최초 인터뷰 이전에 이미 김씨의 태도에서 왕따설이 촉발됐으므로, 노씨의 인터뷰로 김씨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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