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은 고난 이겨낸 극적 승부…준비부터 분위기 어수선, 명단 확정도 순탄치 않아
잇따르는 탈락 부담에도 막판 아웃코스 역전 승부 "최선 다한 결과 후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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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약체’ 평가까지 받았던 대한민국 쇼트트랙 여자대표팀의 계주 3000m 은메달 획득 과정은 성적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스포츠 드라마다. 여자대표팀은 지난달까지 여러모로 어수선했다. 간판으로 활약해온 심석희(서울시청)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대표팀 코치에게 최민정(성남시청)과 김아랑(고양시청)을 험담한 메시지가 유출되면서 자격정지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메시지에는 당시 심석희가 최민정에게 고의로 충돌한 게 아닌지 의심하게 하는 내용도 있었다. 논란이 번지면서 대표팀은 풍비박산이 났다. 선수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특히 최민정은 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두 차례 충돌로 무릎과 발목까지 다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달 명단 제출일 직전까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나설 여자대표팀 명단도 확정하지 못했다. 월드컵 대회에서 발목이 부러졌던 김지유(경기 일반)가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고 돌아와 올림픽 출전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를 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몸 상태가 온전치 못하다는 의료진 소견에 따라 대표팀 명단을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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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유는 출전권을 박탈당했다며 억울한 심경을 나타냈다. 그를 대신해 출전하게 된 김아랑은 미안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계주 멤버로 막차를 탄 박지윤(한국체대)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악재가 겹치면서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 놓였다. 올림픽을 위한 준비 기간이 많지 않은 데다 중국 선수와의 접촉 경계령까지 내려져 부담을 안고 빙판 위를 달려야 했다.
최민정과 이유빈(연세대)은 2000m 혼성계주에서 박장혁(스포츠토토)이 넘어져 탈락했다. 여자 500m 준준결승에서는 최민정이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최민정은 여자 1000m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태극기를 한 손에 들고 오열했다. "왜 이렇게 눈물이 많이 나는지 모르겠다. 준비 과정이 되게 힘들었는데 힘든 시간이 은메달이라는 결과로 나와 북받친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일 거다. 평창 때는 마냥 기뻤는데, 이번에는 조금 많은 감정이 든다."
눈물로 범벅이 됐던 최민정은 팀 동료들과 값진 성과를 낸 뒤에야 웃음을 되찾았다. 지난 13일 김아랑, 이유빈, 서휘민(고려대)과 함께 나선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4분3초627의 기록으로 네덜란드(4분3초409)에 이어 두 번째로 골인했다. 선수들은 레이스 중반까지 3위와 4위를 오르락내리락했다. 하지만 김아랑이 세 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를 공략해 중국(4분3초863)을 따돌렸고, 최민정이 아웃코스를 질주해 캐나다(4분4초329)까지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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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여자 계주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종목이다. 이번에는 은메달을 따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일궈낸 값진 성적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최민정은 "(이런 안 좋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얻은 결과여서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김아랑은 "모든 것을 다 보여준 것 같아서 은메달도 값지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은메달이 나와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은 김지유와 박지윤을 향한 미안함도 잊지 않았다. 박지윤은 한 경기도 뛰지 못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에 따라 은메달을 받지 못한다. 이유빈은 "은메달을 함께 걸지 못해 미안하다. 고생 많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면서 "김지유도 우리와 함께 오랜 기간 고생을 많이 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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