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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드러내도 붕대감고 티켓 따냈다, 루지 임남규 '사흘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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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는 루지 국가대표 임남규. 옌칭=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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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을 짚고, 붕대를 감은 채 따낸 올림픽 티켓. 루지 국가대표 임남규(33·경기도루지연맹)가 '사흘의 기적'으로 온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에서 후회 없는 레이스를 다짐했다.

임남규는 2일과 3일 옌칭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네 차례 주행 연습을 마쳤다. 4일 최종 리허설까지 마친 임남규는 5일 1, 2차 레이스에 출전한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 선수 중 가장 먼저 경기에 나선다. 3일 만난 임남규는 "부상도 있었고, 썰매도 아직 적응 중이다. 조금씩 어려운 커브를 잡아가고 있다. 4년 전 평창과 비교하면 많이 안 좋은 건 사실이다. 그래도 힘들게 왔으니 최대한 후회없이 했던 거 다 쏟아붓고 가고 싶다"고 했다.

봅슬레이 대표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만 옌칭 트랙에선 90도로 꺾이는 13번 코너가 상당히 까다롭다. 임남규는 "거기서 어떻게 나오는 주행을 하느냐에 따라 갈라진다. 남자 루지는 위쪽 커브 가속도도 중요하기 때문에 1, 2번 커브를 부드럽게 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남규는 2014년 루지를 시작했다. 용인대 후배인 김동현(31)과 성은령(30)이 소치 올림픽에 출전한 걸 보고 썰매에 몸을 실었다. 그는 평창올림픽 티켓을 따냈고,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서 30위에 올랐다. 평창 대회 은퇴한 그는 지도자로 변신했다. 하지만 루지 선수층은 여전히 얇았고, 대한루지연맹은 그에게 복귀를 권했다. 그렇게 1년 만에 다시 트랙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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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심정보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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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남규는 "남자 선수들이 어려서 올림픽에 나오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코치님과 연맹에서 권유를 해줬다. 올림픽 무대에 한 번 더 나가는 건 영광이라 하겠다고 했다. 평창 대회를 겪고 나니 큰 무대란 것을 알았고, 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베이징으로 가는 과정은 험난했다.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훈련 중 썰매가 뒤집혀 정강이뼈가 보일 만큼 살이 깊게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임남규는 "왼쪽 정강이 피부가 12cm 정도 찢어졌다. 뼈가 보일 만큼 크게 찢어졌다. 무릎 타박상도 있었다. 지금도 몸 상태가 좋진 않다"며 "병원에서 '여기까지구나'란 생각에 눈물이 났다. 다음 경기에 참가할 수 없을 정도라 회복하면서 지켜보려고 한국에 들어왔다"고 체념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임남규는 "그런데 사흘 뒤 두 대회에 출전해 포인트를 획득하면 올림픽 티켓을 딸 수 있을 것 같다고 코치님이 전화했다. 여기까지 와서 끝내기는 너무 아쉬워서 목발 짚고, 붕대를 감은 채 라트비아로 향했다"고 말했다.

하늘은 그의 편이었다. 무사히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임남규는 "비행기 표, 코로나 검사 등 시간이 딱딱 맞았다. 공식 주행을 해야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데 맞춰서 도착했다. 사실 종강이 뿐 아니라 목도 아프고, 피니시 라인 통과를 하는 것도 힘들 정도로 몸이 안 좋았는데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경기를 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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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을 빠르게 내려오는 임남규의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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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온 베이징, 그는 순위도 순위지만 최선을 다한 레이스를 통해 올림픽을 즐기고 싶어한다. 임남규는 "아직 마지막이란 생각은 안해봤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로 다치고 올림픽에 나온 것도 감사하다"며 "즐기면서 대회를 치르려고 한다. 평창에서 30위였는데, 그보다는 좋은 기록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베이징=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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