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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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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의 MLB스코프] KBO에 부는 MLB식 다년계약 바람 어떻게 봐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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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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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삼성 구자욱이 5년 최대 120억 계약에 합의했다. 비 FA 계약, 메이저리그에서는 장기 계약으로 통칭된다.

KBO리그는 아직 생소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익숙한 계약 구조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4건의 장기 계약이 발표됐다. 특히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완더 프랑코(21)는 팀 옵션 포함 시 최대 2033년까지 탬파베이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 발표된 장기 계약

11/19 : 호세 베리오스 (7년 1억3100만 달러)
11/28 : 완더 프랑코 (11년 1억8200만 달러)
11/29 : 바이론 벅스턴 (7년 1억 달러)
11/30 : 샌디 알칸타라 (5년 5600만 달러)


메이저리그는 FA가 되려면 서비스타임 6년을 채워야 한다. 서비스타임은 선수가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 혹은 메이저리그 부상자 명단에 등록된 일수다. 첫 3년은 사실상 최저 연봉이다.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올려도 구단이 주는대로 받아야 한다. 그렇게 첫 3년을 보내면 다음 3년은 연봉을 협상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슈퍼2 제외). 연봉 조정 기간이라고 한다.

연봉 조정 시기에 선수와 구단이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는 지난 날의 보상을 바라는 차원에서 더 받고 싶어한다. 반면, 구단은 요구를 다 들어주지 못한다. 여기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조정 재판으로 향한다. 재판을 통해 선수와 구단 중 한 쪽은 승리한다. 그러나 진짜 승자는 없다. 이미 서로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누가 이기고 지고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그래서 이때 감정이 상한 관계는 머지않아 이별한다. 트레이드 아니면 FA 자격을 얻고 팀을 떠난다.

장기 계약은 이 복잡한 과정을 해결할 수 있다. 선수는 최저 연봉을 받을 때 더 많은 돈을 챙길 수 있고, 구단도 운동 능력이 정점에 있는 선수를 미래에 형성될 시세에 비해 좀 더 헐값에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분쟁을 야기하는 협상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이건 양측 모두에게 큰 장점이다.

물론, 구단 입장에서 커리어 초창기에 장기 계약을 주는 건 도박이다. 큰 돈을 만지면 선수가 나태해질 수도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듯, 믿었던 선수가 태업하면 더 뼈아프다. 그렇기 때문에 실력뿐만 아니라 성격도 잘 살펴봐야 한다.

지금은 초창기 장기 계약이 성행하고 있지만, 원래 메이저리그도 일찍 장기 계약을 주는 걸 꺼려했다. 그런데 그 틀을 깬 팀이 있었다. 탬파베이였다. 그리고 인식을 바꾼 선수가 바로 에반 롱고리아였다.

2008년 4월, 탬파베이는 서비스타임 24일에 불과했던 롱고리아에게 최대 9년 4450만 달러 장기 계약을 안겨줬다. 메이저리그 6경기밖에 뛰지 않았던 선수가 이러한 장기 계약을 체결한 건 충격적인 일이었다. 라이언 브론(밀워키)과 트로이 툴로위츠키(콜로라도)도 2008년에 장기 계약을 받았지만, 둘은 이전 시즌 신인왕 투표에서 1,2위를 차지했었다. 롱고리아의 상황은 물건을 확인하기도 전에 돈을 지불한 것과 같았다.

탬파베이의 안목은 정확했다. 롱고리아는 미래를 보장 받았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리그 최고의 스타로 성장하면서 탬파베이 역사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그러자 탬파베이는 싹수만 보이면 장기 계약으로 묶었다. 맷 무어(2011년)와 크리스 아처(2014년), 케빈 키어마이어(2017년), 브랜든 라우(2019년)에 이어 지난해 프랑코가 롱고리아의 뒤를 이었다.

야구는 일종의 카피캣(copycat)이다. 탬파베이의 접근법은 이내 모든 팀들이 따라하기 시작했다. 2014년 휴스턴은 아직 메이저리그 데뷔도 하지 않은 존 싱글턴에게 5년 계약을 주기도 했다. FA 시장에서 승산이 떨어지는 팀들은 비교적 싸게 묶어둘 수 있는 장기 계약을 더 선호하고 있다.

KBO리그도 이번 겨울부터 다년 계약 바람이 불고 있다. 다년 계약이 활발해지면 프랜차이즈 스타의 개념이 더 확고해진다. 소속감이 강한 KBO리그 특성상 내부 자원 단속에 더 신경을 쓸 것이다.

즉, 이제는 예비 FA를 노린다고 해서 반드시 잡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이로 인해 FA 시장은 다소 침체될 수 있다. 또한, 현재 메이저리그처럼 각 팀들의 육성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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