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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메이저 코스 점점 길어져… 국내 투어도 그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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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점에 선 한국여자골프] [下] 톱스타들의 조언

박세리 “주니어 훈련환경 개선해야… 4~5년 뒤엔 정상 장담할 수 없어”

고진영 “한국 선수 특징 살린다면 경쟁력 여전히 살아있다고 생각”

조선일보

KDB대우증권클래식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 출전 선수들이 강원도 평창의 휘닉스파크골프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유소연, 박인비, 최나연, 박세리, 장하나, 김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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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고진영 격려하는 박세리 감독 (사이타마=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박세리 감독이 7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마지막 4라운드 18홀 경기를 마친 고진영을 격려하고 있다. 김세영이 10언더파 274타, 고진영이 10언더파 274타, 김효주가 9언더파 275타, 박인비가 5언더파 279타를 기록하며 한국 여자 골프는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021.8.7 xyz@yna.co.kr/2021-08-07 12:19:24/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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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에서 4위에 오른 인도의 아디티 아쇼크는 대회 앞두고 두 달 동안 천막을 쳐놓고 연습했다고 해요. 핀란드와 스위스 등 그동안 주목하지 않던 나라 선수들의 도전적인 플레이도 인상적이었어요.”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여자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박세리(45)는 두 차례 올림픽을 거치면서 세계 여자골프가 깜짝 놀랄 정도로 상향 평준화됐다고 전했다. 박세리는 “한국의 성공 신화가 큰 자극이 됐다는 이야기를 각국 선수들로부터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 LPGA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 KLPGA의 정상급 선수들은 언제든 세계무대에서 우승할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주니어 골퍼의 훈련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4~5년 뒤는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주니어 골퍼들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15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골프장에 도착한다. 훈련비가 무료거나 약간의 경비만 내면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대부분 학교에서 골프장을 이동하려면 차로 한두 시간 이동하는 데다 주니어 골퍼들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다. 주말을 이용해 훈련하고 대회를 치러야 하는데 비싼 골프장 이용료뿐 아니라 예약조차 힘든 형편이다. 박세리는 “제가 한국에서 운동하던 1990년대가 오히려 기업과 골프장의 지원으로 연습 환경이 더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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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LPGA투어 21승 가운데 7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거둔 박인비(34)는 “LPGA투어 코스 세팅이 메이저 대회를 중심으로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며 “한국 선수들이 어려서부터 긴 코스에 대한 적응력을 기르는 게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자 선수만큼 거리를 내는 선수들이 LPGA에 등장했다. 일단 멀리 때리는 게 중요한 코스에서는 이들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확성과 집중력 등 한국 선수들의 기존 특징에 비거리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나오기 쉽도록 주니어 대회와 KLPGA투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US여자오픈 우승을 계기로 미국에 진출했던 유소연(32)은 “1~2년 결과로 한국 여자골프의 지배력이 흔들린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며 “다만 KLPGA투어가 많이 성장하면서 해외 진출에 대해 회의적이 된 것 같다”고 했다. 후원사를 찾는 것도 한국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LPGA 도전을 꺼리게 되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 같다는 지적이다. 그는 “해외 대회 성적과 국내 여자골프 인기는 굉장히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LPGA투어 상금왕 3연패와 올해의 선수 2연패에 성공한 고진영(27)은 “최근 한국의 성적 하락은 여자골프에 점점 더 다양한 국가의 선수들이 실력을 키웠고 그에 따른 경쟁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정신력이 강한 특징을 잘 살린다면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은 여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결국 선수는 자신의 경기에 대한 믿음과 경기에 대한 집중력으로 승부를 겨뤄야 한다”며 “코스에 따라 기술적인 영향이 있긴 하지만 심리 부분이 가장 큰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은(26)은 “LPGA투어가 가장 많이 다르다고 느낀 점은 잔디가 다양하고 메이저 대회일수록 딱딱한 그린에 공을 세우는 능력이 필요한 코스 세팅이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로 실전 감각이 떨어진 한국 선수들이 일시적인 부진을 겪었지만, 올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고 말했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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