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실업팀, 선수 충원 계획 돌연 취소…2명 갈 곳 잃어

공사 운영 육상팀, 감독대행 비위 의혹 제기되자 신규 선수 영입 철회

도쿄올림픽 육상 경기가 열린 도쿄 주경기장 트랙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 육상실업팀에서 돌연 '선수 충원 계획'을 취소하면서 선수 두 명이 갈 곳을 잃었다.

'관행'을 믿고, 해당 팀의 입단을 준비하던 육상 선수 두 명은 암담한 마음으로 2022년을 맞이한다.

공사가 운영하는 이 육상팀은 최근 불거진 A 코치의 비위 의혹에 관해 모기업의 감사를 받고 있다.

감독대행 역할을 하던 이 코치는 '다음 시즌 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A 코치는 3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제기된 의혹 대부분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팀과 나의 문제는 돌이킬 수 없지만, 선수들의 앞길까지 막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다. 실업팀에서 12월 29일에 예고도 없이 '신규 영입 선수는 없다'고 통보했다. 선수들 앞길이 막혔다"고 전했다.

한국 육상계는 전국체전이 종료하는 10월 중순께 사실상의 이적 시장이 열린다.

실업팀의 특성상, 감독이 선수 구성에 상당한 권한을 갖는다. 물론 최종 결정은 구단이 한다.

애초 해당 실업팀은 2022년 1월 1일 자로 신규 선수를 영입할 계획이었다.

감독대행이었던 A 코치는 선수 4명 영입 계획을 세우고 팀과 상의했다.

A 코치는 "10월부터 12월 초까지 팀에 선수 실적 증명서를 제출하고, 영입 추진하는 선수의 전 소속팀 연봉 등에 관해 보고했다"며 "통상적인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육상 경기가 열린 GBK 주 경기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반적으로 육상 실업팀은 11월 중에는 '다음 해 선수 구성'을 거의 완료한다. 늦어도 12월 초에는 선수 구성을 마친다. 계약을 완료하기 전에 선수단에 합류해 훈련하는 선수도 있다.

다만 정식 계약은 1월 1일 혹은 2일 자로 하는 경우가 많다.

A 코치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은 선수들은 '관례'를 떠올리며 해당 실업팀 입단을 확신했다. 다른 실업팀에서 뛴 선수들은 '이적 동의서' 발급도 허락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A 코치가 '가족의 선수단 숙소 사용' 등의 의혹을 받아 감사를 받고, 재계약 대상에서도 제외되면서 구단은 '신규 선수 영입'까지 백지화했다.

A 코치는 "11월 29일에 통보를 했다면, 새로운 팀을 찾을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다"며 "12월 29일에 '신규 선수 영입이 없다'고 통보하면, 해당 구단 입단을 준비하던 선수들은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선수들이 해당 팀과 공식적으로 계약을 마무리하지 않은 터라, 실업팀에 책임을 물을 근거는 없다.

하지만, 관례에 따라 이적 절차를 밟으려던 선수 두 명은 무적 신세가 될 위기에 처했다.

A 코치를 통해 영입 제의를 받은 네 명 중 고교 졸업 예정자 두 명은 극적으로 신생팀 입단을 확정했다.

그러나 도약 종목 국가대표 출신 선수 한 명, 단거리 유망주 한 명은 '신규 영입 취소' 통보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한 육상 관계자는 "그동안 실업팀에서는 구단이 감독 등 지도자에게 선수 영입 초기 과정을 맡기고, 연봉 최종 책정 등의 과정부터 관여하는 일이 많았다. (팀이 신규 영입 계획을 취소하는 등) 이런 일이 생기면 선수가 피해를 보는 구조"라며 "선수 영입 과정을 더 확실하고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jiks7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