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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선호 기자] FA 국민거포 박병호(35)가 지난 29일 KT 위즈와 계약했다. 3년 30억 원의 조건이었다. 원 소속구단 키움에 23억4000만 원의 보상금을 안겨주고 결별했다. 그 보상금 때문에 박병호의 계약 조건도 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최선을 다했지만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키움이 박병호에게 제시한 조건은 KT에 비해 약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이 별차이도 나지 않는데도 이적했다. 그래서 키움이 못잡은 것이 아니라 안잡았다는 추측성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협상 과정에 대해 당사자들이 자세히 말을 하지 않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여러 이유가 거론되고 있다. KT 위즈가 찐한 성의를 보였다. 마음을 잡기 위해 이숭용 단장이 직접 집까지 찾아갔다는 것이다. 이런 성의를 보이면 선수들은 마음을 내어주기 마련이다.
그래도 자신의 고향같은 팀을 떠나기는 어렵다. 박병호는 LG 출신이지만 넥센으로 이적해 염경엽 감독을 만나 국민거포로 만개했다. 누가보더라도 키움의 얼굴이자 역사이다. 이정후 등 사랑하는 후배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떠나면서 "정후가 슬퍼한다"는 말로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모기업의 지원이 없는 키움은 태생적으로 많은 선수들을 내보내고, 젊은 선수들을 키워서 살아온 구단이었다. FA 자격을 얻으면 대부분 다른 구단으로 이적했다. 현금성 트레이드를 많이해 한때 KBO리그가 제동을 걸기도 했다. 운영자금은 필요하니 어쩔 수 없는 생존방식이었다.
키움이 박병호를 잡는데 미적거린 것도 결국 보상금을 노린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병호는 지난 2015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하면서 이적료 1285만 달러를 안겨주었다. 이번 보상금까지 합하면 모두 171억 원이 넘는 이적료이다. 효자도 이런 효자가 없다.
FA 행선지는 개인의 선택 사항이니 박병호의 이적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키움은 선수 영입에서도 윤리적인 면도 도외시하고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 야시엘 푸이그를 영입해 화제를 뿌렸다. 그러나 푸이그는 새로운 성폭행 혐의를 받았고 합의했다는 점이 새롭게 드러나 논란이 되었다. 이전의 성폭행 혐의는 구단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 계약했다.
작년에는 가정폭력을 휘두른 에디슨 러셀을 영입했다. KBO의 가이드라인이 없고, 여론이 제동을 걸지 않자 어물쩍 넘어갔다. 한국 선수들이라면 온갖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고 입단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왜 외인들에게만 그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지 않는지 의아하다. 키움은 2년 연속 문제 있는 외인들을 데려오더니 스타는 떠나보냈다. 이것이 키움의 생존방식이라면 정말 위태롭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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