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6초 전 동점골로 대역전극
신석교 감독의 맞춤형 전술 '척척'
이상현 회장 취임 후 협회도 활력
아시아 챔피언스트로피 결승에서 우승한 남자하키대표팀이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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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하키대표팀이 22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열린 아시아 챔피언스트로피 결승전에서 일본에 대역전승을 거두고 대회 정상에 올랐다.
극적인 승리였다. 한국은 1-3으로 뒤진 4쿼터 종료 5분 전에 장종현(37·성남시청)이 한 골을 만회했고, 골키퍼를 빼고 필드 선수를 넣는 초강수를 뒀다. 종료 13초 전 장종현의 슛이 일본 골키퍼에 막혔는데 파울이 선언됐다. 비디오 판독 끝에 한국이 ‘페널티 코너 어게인’을 얻었고, 종료 6초 전 장종현이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다. 축구에서 페널티킥 같은 ‘페널티 슛아웃’에 돌입했다. 한국 골키퍼 김재현이 상대 1번과 3번 슈팅을 막아냈다. 한국은 네 명이 모두 성공했다.
아시아 챔피언스트로피는 아시아 랭킹 톱6(이 대회는 5개국 참가)가 겨루는 대회다. 조별리그 2위(1승3무)였던 한국은 4강에서 ‘올림픽 3회 우승팀’ 파키스탄을 6-5로 꺾은 데 이어 일본마저 무너뜨렸다. 이 대회에서 한국의 우승은 처음이며, 종전 최고 성적은 2016년 4위였다.
과거 한국 하키는 ‘붉은 땅벌’로 불렸다. 1980년대 여자 대표팀이 붉은 유니폼을 입고 맨 땅에서 먼지를 풀풀 날리며 뛰어 생긴 별명이다. 여자는 1988년과 1996년, 남자는 2000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그러나 이후 한국 하키는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등록 선수가 1200여명으로 줄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협회 재정난으로 국제대회 출전을 주저했을 정도였다.
아시아 챔피언스트로피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한국남자하키대표팀.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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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속으로 곤두박질쳤던 ‘붉은 땅벌’이 일본을 쐈다. 페널티 코너 전문슈터인 디펜스 장종현이 10골을 터트려 득점왕에 올랐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 받으려면 페널티 코너 성공률 30~40%가 나와야 하는데, 한국은 그 정도 기록을 보여줬다. 코로나19 여파로 거의 2년 만에 국제 대회에 나선 남자하키는 신석교 감독의 맞춤형 전술로 강호들을 잇따라 꺾었다.
올해 1월 대한하키협회장을 맡은 이상현(44) 태인 대표가 하키 부활에 앞장섰다. 그는 올해 국내 모든 하키 대회를 직접 찾아다녔다. 하키에서 학교 폭력이 터지자, 회장 직속 기관으로 클린하키센터를 만들어 개인 이메일로 신고를 받았다. 지도자와 주장 윤리교육을 의무화하며 필드 분위기를 바꿨다.
이달 초 강원도 동해에서 열린 아시아 챔피언스트로피에서 여자하키는 준우승을 거뒀다. 유소년 활성화를 위해 5인제 대회도 열었다. 경기 영상 기반 분석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신한금융그룹과 후원 계약도 맺는 등 하키는 예전의 활력을 되찾고 있다.
이날 결승전을 라이브 중계로 본 이 회장은 “하키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이번 대회에서 이긴 경기는 모두 한 점 차였다. 진 경기가 없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국 하키의 저력을 보여줬다. 아시아 최강 자리를 찾아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성과를 올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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