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벼랑 끝 자영업자들의 절규…10명 중 5명은 연 6천만원도 못 벌어(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KB금융경연구소 '2021년 KB 자영업 보고서'

'나홀로 사장' 매출 31% 감소…손에 쥔 수익 20%도 안돼

소상공인 대출 평균 1억2855만원…34%가 가족·지인 차입

빚 많은데도 10명 중 7명 신규 대출 희망…여기저기 '곡소리'

모임제한 방역에 지친 자영업자 광화문서 총궐기 대회 진행

전문가들 "교육·전직 지원 등 정부 모든 대책 강구해야"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김진호, 송승섭 기자]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창남씨(59·가명)는 최근 폐업을 결정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월 매출은 70% 이상 떨어졌는데 임대료, 인건비 등 매달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정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인근 가게 10곳 중 4곳이 문을 닫았지만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정부 말을 믿고 빚으로 연명하며 간신히 버텼다"며 "영업시간·모임 인원 제한 강화로 더 이상은 장사를 할 수 없는 지경이라 결국 문을 닫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개인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백승곤씨(37·가명)가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300만원 남짓. 매일 10시간씩 일하고, 일주일에 하루 쉬는 점을 고려하면 최저 시급(8720원)을 조금 넘는 액수다. 백 씨는 "코로나19로 손님도 대폭 줄었는데 원재료 가격까지 올라 장사하기가 더욱 버거워졌다"며 "버는 돈은 쥐꼬리인데 내달 임대 계약 갱신을 앞두고 임대료까지 오르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극한 상황에 처한 소상공인들이 막다른 길에 내몰렸다. 정부가 손실 보상책을 발표했지만 한계에 다다른 소상공인들은 줄도산할 것이라며 아우성이다. 수도권에서 장사를 하는 소상공인 10명 중 9명은 점포를 빌려서 운영했고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장들은 빚을 돌려막아가며 연명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점포 임대료와 대출이자 등의 감면 정책과 부분 금융지원으로는 한계가 있어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시아경제

연매출 6000만원도 안돼…평균 대출금 1억3000만원
22일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1년 KB 자영업 보고서-수도권 소상공인의 코로나19 영향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전체 매출 규모는 지난해 2억998만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억7428만원)보다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반적인 매출 감소 여파로 연 '6000만원 미만'의 영세 자영업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 기준 24%에서 지난해 41%로 1년 새 17%포인트나 증가했다. 서비스업 종사자의 절반 이상(56%)의 매출액이 6000만원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도·소매업과 요식업의 돈벌이가 가장 떨어졌다. 같은 기간 20%, 16%에서 35%, 27%로 비중이 큰 폭 증가했다.

'나홀로 사장'인 자영업자의 매출은 31%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다만 '6명 이상 고용' 업체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0%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고용인이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매출 감소율이 낮은 것으로 고용인이 적은 영세 자영업자가 코로나19 타격을 더 크게 입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35%)이 코로나19 한파를 가장 크게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여행 제한 조치 등으로 공연 및 행사대행(-81%), 여행사(-68%) 등을 중심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도소매업과 요식업 매출도 각각 -20%, -23%를 기록했다. 도·소매업은 수업 축소 및 결혼 예식 감소 등으로 문방구와 시계 및 귀금속 판매점의 매출이 각각 70%, 50% 뒷걸음질쳤다.

소상공인이 보유한 대출규모는 평균 1억285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이미 대출을 보유한 자는 전체 82%였다. 자금융통은 가족과 지인에 의존했다. 가족과 지인에게 차입한 소상공인이 34%에 달했다. 사업자로서 금융기관에 찾아가 전용대출을 받은 소상공인(31%)보다 많았다. 정부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내놓은 정책자금 대출 이용자도 37%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유형은 사업자가 아닌 개인으로 신용·담보대출을 받는 경우(50%)였다.

금액으로 보면 가족과 지인에 의지하는 성향이 더 두드러졌다. 개인 신용·담보대출 규모는 평균 9800만원으로 가장 컸다. 가족과 지인에게 빌린 돈은 평균 7100만원으로 두 번째였다. 사업자전용대출은 5534만원이었고 소상공인정책자금 대출은 3380만원에 그쳤다.

빚에 허덕이고 있지만 돈을 더 빌리겠다는 수요도 높았다. 10명 중 8명이 대출을 보유한 상황이지만 전체 72%가 향후 추가대출 의향이 있었다. 대출이 없는 소상공인(18%) 역시 38%는 신규대출을 희망하는 상태였다. 유형별로는 금리가 비교적 저렴한 소상공인정책자금 대출이 55%로 가장 많았고, 사업자 전용 대출(34%)가 뒤를 이었다. 개인 신용·담보대출과 가족·지인 차입은 각각 20%, 10%를 기록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명 중 9명 임대 매장…"매달 수백만원 고정비 감당 못해"
특히 수도권 소상공인의 84%는 남의 건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인 소유 매장은 16%에 불과했다. 미용실, 사우나 같은 서비스업과 음식점, 주점 등의 요식업의 임대 비중이 각각 88%, 87%로 가장 높았다. 10명 중 9명 가량은 매달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며 장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에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임대료까지 치솟다보니 매장 운영 기간도 짧았다. 남의 건물에서 장사를 하는 소상공인의 10년 이상 운영하는 비중은 35%에 그쳤다. 평균 운영 기간은 9년. 본인 소유주의 경우 10년 이상 비중 50%, 평균 11년인 것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수도권 소상공인 평균 연령은 51세였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의 은퇴 후 창업이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령별로는 40대와 50대가 각각 34%로 가장 많았다. 30대 이하(27%), 60대 이상(20%) 순이다.

나홀로 사장도 10명 중 4명(37%) 가량을 차지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8만7000명 증가했다. 30개월 연속 증가다.

국내 자영업은 이미 포화상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는 657만명으로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국내 취업자 2690만명 중 자영업자는 657만명으로 약 24.4%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여섯 번째로 높은 비중이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주요 7개국(G7)과 비교할 때 한국 1위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곳도 상당하다.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657만명으로 전년 대비 약 11만명(1.65%) 감소했다. 2019년 0.83%, 2018년 0.76%로 과거보다 감소세가 가팔랐다.

아시아경제

자영업자들이 동전을 던지며 손실보상금을 비판하고 있다.(사진제공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참다 못해 단체행동 불사…실질적 지원책 마련 시급
코로나19 여파로 임계점에 도달한 자영업자들은 참다 못해 단체행동까지 불사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정부 방역대책에 반대하는 총궐기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자영업비대위는 "왜 정부와 방역당국의 무책임이 또다시 자영업자에게만 떠넘겨지게 되는가"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앞서 방역당국은 지난 18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사적모임 허용인원을 4인까지로 축소하고 시설별 운영시간을 밤 9~10시로 제한했다. 일상적 단계회복(위드코로나)로 잠깐 숨통이 트였던 업주들이 다시 강화된 거리두기 조치에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는 27일부터 지급되는 방역지원금 100만원은 긴급지원금 성격으로 봐야하는데, 일괄적으로 지급하기보단 매출에 타격이 큰 영업장에 차등을 둬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이어 "지금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손실보상금 지원과 함께 교육 지원, 전직 지원 등 모든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준다고 자영업자의 손실이 모두 보상되지는 않는다"며 "정부가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상공인을 살리려면 모든 사람에게 수십만원씩 뿌리는 지원책이 아니라 어렵고 손 벌릴 곳 없는 이들에게 전폭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