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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FC서울 이별 선언 그 후…'캡틴' 기성용 "함께 우승하고 싶었는데" [SS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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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기성용(오른쪽)이 지난해 9월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산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 이후 박주영과 손을 잡고 있다. 스포츠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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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구리=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박)주영이 형과 FC서울에서 우승컵 들어 올리고 싶었는데….”

FC서울의 ‘리빙 레전드’ 베테랑 공격수 박주영(36)이 SNS로 이별을 공식화한 다음 날인 16일. 서울 훈련장인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캡틴’ 기성용(32)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박주영과 구단이 미래를 두고 견해가 엇갈린 것을 알고 있었던 그는 “많이 허전하다. 지난해 (유럽 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복귀할 때 주영이 형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함께 우승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는데 이렇게 떠난다니 아쉽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영원한 ‘서울맨’일 것 같았던 박주영의 이별은 기성용 뿐 아니라 고요한 고광민 등 장기간 동행한 동료에게도 믿기지 않는 일이다. 기성용은 “주영이 형이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고민을 할 순간이 오겠구나’ 싶었다. 20대 시절 함께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별의 시간이 왔다”고 아쉬워했다.

만 17세이던 2006년 서울에 입단한 기성용은 1년 먼저 데뷔한 박주영과 팀의 주력으로 뛰었다. 박주영은 2009년 프랑스 AS모나코로, 기성용은 이듬해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각각 적을 옮겼다. 둘 다 첫 유럽 클럽에서 활약을 인정받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등 201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유럽파로 활약했다. 자연스럽게 국가대표팀에서 재회한 둘은 한국 축구의 굵직한 역사를 만들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정 사상 첫 16강’ 주역으로, 2년 뒤 런던올림픽에서는 ‘사상 첫 동메달’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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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박주영과 기성용. 강영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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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 당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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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나 한 듯 둘은 선수 황혼기를 친정팀에서 보냈다. 아스널, 셀타 비고를 거친 박주영이 2015년 먼저 서울에 복귀했고, 기성용도 마요르카를 끝으로 유럽 생활을 청산하고 지난해 여름 서울의 검붉은 유니폼을 입었다. 팀 리더로 서울의 제2 전성기를 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길은 달랐다. 기성용은 주장 완장을 달고 올해 박진섭 전감독, 후반기 팀 소방수로 부임한 안익수 감독 체제에서 핵심으로 팀을 이끌었다. 반면 올해 급격하게 ‘에이징 커브’를 겪은 박주영은 안 감독 체제에서 전력 외로 분류됐다. 그는 리그 17경기에 나섰으나 커리어 처음으로 한 시즌 무득점에 그쳤다. 안 감독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올해 계약이 끝나는 박주영 얘기에 “어디를 가든 박주영 이름에 걸맞은 메시지를 줄 것으로 믿는다”며 이별을 예고했다.

서울 구단은 상징성을 지닌 박주영에게 코치직 제안을 했다. 그러나 그는 현역 생활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SNS에도 ‘서울과 총 3회 미팅을 했다. 내게 유스팀 지도자를 제안했으나 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며 ‘선수로 활동할 새 팀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알렸다. 현재 가족과 미국에 머물고 있는 박주영은 대리인 등을 통해 새 팀을 알아보는 중이다. 청구중·고를 나온 박주영의 인연을 두고 대구FC 이적설이 나왔으나 구체적인 얘기가 오간 건 아니다. 코로나 시국에 선수 보강이 어려운데다 다수 구단은 리스크를 지닌 베테랑보다 가성비 선수를 선호한다. 게다가 박주영이 올해 보여준 게 없어서 대부분 구단이 적극적이지 않다. 복수의 에이전트는 “박주영이 조건 등을 크게 낮추고 오로지 ‘선수로 유종의 미’를 내세운다면 일부 구단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성용은 박주영의 현역 연장 의지에 힘을 실었다. 그는 “나이가 들면 당연히 전성기 기량보다 못하다. 하지만 주영이 형의 센스나 움직임, 결정력은 충분하다. 또 형이 후반기에 경기를 못 뛰었지만 외적으로 후배에게 커다란 힘이 되는 존재”라며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에게 히어로”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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