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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배구 황제 김연경

배구 여제는 어딜 가도 ‘김연경 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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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8월 열린 도쿄올림픽 세르비아전에서 패한 뒤 눈물을 흘리며 후배들을 위로하는 김연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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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여제’는 어느 곳에서든 빛난다. 어느 팀에서나 중심을 잡는다.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은 지난달 30일 중국 장먼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1~22시즌 중국수퍼리그 푸젠과 경기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5득점을 퍼부었다. 상하이는 김연경의 활약을 앞세워 시즌 개막 후 3연승을 달렸고, 김연경이 빠진 1일 경기에서도 허난을 물리치고 4연승을 이어갔다.

상하이는 중국수퍼리그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를 2명 보유하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조던 라슨(미국)이 2019년부터 이 팀에서 뛰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김연경까지 영입했다. 하지만 중국배구협회는 수퍼리그 개막을 앞두고 갑자기 외국인 선수 출전을 1명으로 제한했다. 총 14개 팀이 참가하는 수퍼리그는 지난달 25일 개막했고,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팀은 상하이 외에 톈진(멜리사 바르가스)과 선전(티야나 보슈코비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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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 소속팀 상하이에서도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CVL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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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바뀐 제도 아래서 왕지텡 상항이 감독은 김연경을 개막전에 선발 투입했다. 이에 보답하듯 김연경은 양 팀 최다인 17득점을 올리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28일 베이징전에는 라슨이 뛰었고, 김연경은 쉬었다. 30일 푸젠전엔 다시 김연경이 출전해 승리를 이끌었다.

김연경은 두 경기만 뛰고도 레프트 공격수 랭킹 1위에 올라있다. 공격과 서브, 블로킹 지표를 합한 액티브 스코어 인덱스에서 5.2857을 기록, 2위 리잉잉(톈진·3.9000)에 크게 앞섰다. 세트당 평균 득점에서도 바르가스(평균 6.08점)에 이어 2위(평균 6.00점)다.

세계 여러 구단이 ‘배구 여제’ 김연경을 데려오고 싶어 하는 이유가 또 입증됐다. 그는 지난 시즌 11년 만에 한국 V리그에 복귀해 공격성공률(45.92%)과 서브(세트당 0.277개) 1위, 국내 선수 득점 1위(648점)를 기록했다. 흥국생명은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김연경과 재계약을 희망했다. 이탈리아와 중국 구단의 영입 제안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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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소속으로 뛴 지난 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동료들을 독려하는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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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김연경은 2017~18시즌(정규시즌 1위, 챔프전 준우승) 뛴 경험이 있는 중국 상하이를 선택했다. 중국 수퍼리그 일정(11월 말~1월 초)이 짧기 때문이다. 2020 도쿄올림픽을 전후로 강행군을 펼친 그는 체력 부담을 덜면서, 다음 시즌 진로를 결정하는 데 중국 무대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 규정이 생겨 체력 안배까지 가능해졌다.

김연경이 유니폼을 입는 팀은 단숨에 우승 전력이 된다. 그는 한국(리그 3회·컵 1회), 일본(리그 1회·컵 1회), 터키(리그 2회·컵 3회)를 누비면서 무려 11회나 리그 및 컵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1회)와 CEV컵(1회)까지 합치면 13번이나 우승했다. 득점상과 MVP도 여러 차례 받았다.

김연경의 리더십이 팀을 이끌고, 팀 전력이 김연경 실력과 함께 향상된다. 그는 실수한 동료를 다독이며 해결사로 활약한다. 때로는 직선적이고 솔직한 말로 자극하기도 한다.

국가대표팀에서도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배구인들은 “김연경이 있을 때 올림픽 메달을 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 폭력 논란으로 떠나면서 위기론이 퍼졌지만, 대표팀은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4강 신화를 이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준결승까지 올랐는데, 대회 MVP에 선정된 김연경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후배 양효진(현대건설)은 “세계적인 선수는 뭔가 다르다. 모두에게 기둥 같은 존재다. 리더십이 정말 뛰어나다. 언니가 하는 말은 다 맞는 것 같다”며 “한국 여자배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바꿔놓은 선수”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여자배구의 열악한 환경을 바꾸고 싶어하며, 후배들의 처우 개선에도 관심이 크다. 그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겉은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결국 안은 썩었고 곪았다는 걸…. 그릇이 커지면 많은 걸 담을 수 있는데 우린 그릇을 꽉 채우지도 못하고 있다는 느낌. 변화가 두렵다고 느껴지겠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변해야 할 시기인 거 같다’는 글을 올렸다.

최근 코치와 선수가 감독에게 항명한 IBK기업은행 사태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멀리서도 모른 척하지 않고 한국 여자배구의 화합과 발전을 요구했다. 김연경이 떠났어도 한국 여자배구는 여전히 ‘김연경팀’인 것 같다.

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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