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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고진영 VS 넬리 코르다, 승자는 고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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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식 매경골프포위민 기자]

‘용호상박’이란 이들처럼 화끈하게 맞붙었을 때 쓰는 말이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비롯해 각종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벌인 고진영(26)과 넬리 코르다(23·미국) 두 선수의 얘기다. 고진영이 최종전 우승으로 상금왕·올해의 선수를 차지했지만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 골프 팬들은 자존심을 놓고 벌인 두 라이벌의 숨막히는 경쟁에 흥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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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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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 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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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 금 500만달러)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그는 올해의 선수, 상금왕, 레이 스 투 CME 글로브 포인트 등 주요 부문 타이틀을 모두 휩쓸었다. 세계 1위 넬리 코르다는 3타를 줄였지만 끝내 공동 5위(17언더파)로 마치면서 주요 타이틀을 고진영에 모두 내줬다. 지난 1년 동안 각종 타이틀 경쟁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팽팽한 접전을 펼친 두 사람은 코스를 공략할 때 쓰는 주무기는 완전히 다르다. 넬리는 장신 (175cm)에서 뿜어 나오는 장타가 일품이고, 고진영은 핀에 딱딱 붙이는 컴퓨터 아이언 샷으로 투어를 지배하고 있다.

드라이버 비거리에서는 단연 넬리가 앞서 있다.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을 앞둔 시점에서 넬리는 275.07야드를 날려 장타 부문 8위에 올랐다. 고진영은 258.30야드로 74위였다. 넬리가 고진영보다 평균 15야드 이상 더 날렸다. 아이언샷의 정확도를 보여주는 그린 적중률 부문에서는 고진영이 조금 앞선다. 77.9%(3위)의 고진영이 76.8%(5위)의 넬리를 근소하게 제쳤다.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 고진영과 넬리의 아이언샷 정교함이 비슷하다고 볼 수는 없다. 장타를 앞세운 넬리는 고진영보다 훨씬 가까운 위치에서 짧은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한다. 고진영이 훨씬 먼 거리에서 긴 아이언을 갖고도 더 높은 그린 적중률을 보였다는 사실은 아이언샷에서는 넬리를 압도 했다고 할 수 있다.

퍼팅에서도 고진영이 한 수 위다. 고진영은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 부문 18위(29.56 개), 그린 적중 시 홀당 퍼트 수 6위(1.75개)에 올랐다. 반면 넬리는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 34위(29.78개),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5위(1.76개)를 기록했다.

컴퓨터 같은 아이언 우먼 고진영

두 선수는 샷 기술뿐만 아니라 멘털 면에서도 ‘난형난제’다.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는 방식이나 긴장감과 싸워 나가는 모습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

고진영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아이언샷을 갖고 있다. 그는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LPGA투어 그린 적중률 1위를 기록했다. 고진영의 캐디를 했던 딘 허든은 “그의 아이언 플레이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드라이버샷도 뛰어나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스윙과 똑바로 보내는 능력에 관한 한 세계 최고”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럼 고진영의 아이언샷 정확도는 어디에서 나올까. 고진영이 스윙을 하면서 가장 중 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바로 몸의 밸런스다. 균형 잡힌 몸의 움직임이 마치 복사기로 복사를 한 듯 매번 똑같은 스윙을 끌어 내는 것이다. “골프는 어떻게 아름다운 스윙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같은 스윙을 실수 없이 되풀이할 수 있느냐의 게임”이라고 했던 ‘골프 전설’ 리 트레비노가 고진영의 스윙을 봤다면 “내가 말한 게 바로 저 스윙” 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스윙이 정교하기 위해서는 쓸데 없는 몸의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고진영의 경우 스윙 하는 내내 몸의 중심축이 견고하게 잘 잡혀 있다. 단단하게 잡아 놓은 축을 중심으로 상체와 하체가 부드럽게 회전하면서 핀 옆에 착착 붙는 무결점 샷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진영은 엄청난 훈련량으로 컴퓨터 아이언샷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연습벌레’다. 어느 날엔가는 얼마나 집중을 했던지 손에 물집이 잡힌 것도 모르고 스윙 연습을 했다고 한다. 고진영은 그때를 떠올리며 “공을 보면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고 했다. 고진영의 반복 훈련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보통 고진영은 80~100야드 떨어진 거리에 공 10개를 던져 놓고 쇼트 아이언 연습을 한다. 이때 홀에서 한두 발 거리 이내 에 7, 8개가 떨어질 때까지 연습을 멈추지 않는다.

고진영이 프로에 데뷔했을 때만 해도 아마추어 시절 나쁜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특히 손을 많이 써서 샷을 했는데, 정확도를 갉아먹는 치명적인 습관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큰 근육을 이용하는 스윙으로 바꿨고 점차 그게 몸에 배면서 샷의 일관성이 좋아졌다고 한다. 또 백스윙 톱 때 손 위치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팔을 너무 높이 올리면 스윙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할 뿐만 아니라 팔만 이용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고 판 단했다. 고진영이 적당하다고 여기는 백스윙 톱 위치는 양손 팔꿈치가 가슴에서 약간 위쪽으로 올라가는 정도다. 고진영은 또 80%의 힘만을 이용한 어프로치샷이 정교함을 담보하고 다운스윙 때 팔이 몸에 붙어 내려와야 정확한 샷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진영은 자신의 스윙에 깐깐하다.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스윙에 만족할 줄 모른다. 2019년 상금,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상을 휩쓸며 한국 여자골퍼로는 처음으로 LPGA 전관왕을 차지했을 때도 “내 스윙 점수는 65점이다. 아직도 다듬어야 할 게 많다. 스윙 때 불필요한 동작을 더 없애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광석화 같은 드라이버 우먼 넬리

고진영이 ‘아이언 우먼’이라면 넬리는 ‘드라이버 우먼’이라고 할 만하다. 호쾌하게 날아 가는 장타는 상대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하다. 넬리는 스포츠 가족의 일원으로 ‘스포츠 DNA’를 타고났다. 부모님은 프로 테니스 선수 출신이다. 아버지인 페트르는 1998년 그랜드슬램의 하나인 호주오픈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언니 제시카는 LPGA투어에서 그와 함께 ‘자매 골퍼’로 활약하고 있고, 남동생 세바스티안도 프로 테니스 선수로 활동 중이다. 스포츠 가족의 일원으로서 큰 키를 갖고 태어난 넬리의 드라이버샷은 전광석화 같다. 넬리는 “어드레스를 취하기 전에 어디를 보고 칠지만 생각한다. 타깃을 정하면 다른 생각 없이 바로 샷을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넬리는 자신의 큰 키와 긴 팔, 그리고 긴 다리를 이용해 최대한 스윙 아크를 크게 해 장 타를 끌어낸다. 어드레스 때 다리를 넓게 벌려 스윙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고 백스윙과 폴로스루 때 팔을 쭉 뻗어 스윙 아크를 키우고 장타도 끌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넬리는 어드레스 때의 스윙 축을 백스윙, 다운스윙, 그리고 폴로스루를 할 때까지 전혀 흐트 러지지 않게 고정하면서 정확도 높은 장타를 구사하고 있다.

대체로 주말 골퍼들은 백스윙을 할 때부터 셋업 때의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오른쪽 다리를 펴면서 일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넬리는 이런 잘못을 하지 않고 백스윙 때 파워를 한껏 축적하고 있다.

언니 제시카는 동생(넬리)의 샷에 대해 볼 스트라이킹 능력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그린 주변에서의 플레이가 뛰어나고 자신감도 넘친다고 추켜 세운다. 넬리는 올해 퍼팅 스타 일을 역그립(크로스 핸드 퍼팅 그립) 형태로 바꿔 톡톡히 효과를 봤다고 밝힌 바 있다. 넬리 역시 고진영처럼 자신의 스윙에 쉽게 만족하지 않는다. 최근 넬리는 새로운 스윙 코치를 영입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와 도 일했던 제이미 멀리건이다. AP통신이 밝힌 넬리의 코치 교체 이유는 “끝없이 나아 지려는 열망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종전 데이비드 윌런 코치와도 계속 관계 를 유지하기로 했는데, 넬리의 쇼트 게임을 담당할 예정이다.

‘아이언 우먼’ 고진영과 ‘드라이버 우먼’ 넬리의 2021년 경쟁은 끝이 났지만 라이벌 구도는 올해 막 형성됐을 뿐이다. 둘은 앞으로 대회가 없는 몇 개월 동안 무던히 샷을 갈고 닦을 게 분명하다. 과연 2022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라이벌전 시즌 2’를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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