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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문상열의 부시리그'

[문상열의 부시리그] 수에 밀려서 졌다면, 감독에게는 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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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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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KBO리그의 가을야구는 미 프로농구 NBA 플레이오프와 비슷하다.

전체 팀 대비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50%가 넘는다. KBO는 10개팀 가운데 5개팀, NBA는 30개 구단 가운데 16개 구단이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정규시즌 성적을 높이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가을야구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 실패한 시즌으로 평가받는다.

3위 LG가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1라운드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1승2패로 졌다. 성공한 시즌으로 평가받을 수가 없다. 역대로 가을야구에 진출했어도 감독이 해고된 경우가 허다하다. NBA도 마찬가지다. 정규시즌 성적에 만족할 수 없는 구조다. 플레이오프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해고의 칼날을 피하기 어렵다.

포스트시즌은 감독 역량의 총집합체다. 정규시즌과 다르다. 순간의 판단, 작전 구사, 발 빠른 불펜 운용 등이 감독의 경험과 감에서 비롯된다. 시스템 야구의 메이저리그보다 KBO리그는 감독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다. MLB에서 시리즈에 졌다고 감독을 도마에 올리는 경우는 드물다. 선수가 비난받는다. NBA는 전적으로 감독에 의한 농구이기 때문에 평가 대상이다.

정규시즌 4위의 두산은 3전2선승제 플레이오프에서도 적지에서 선제 1승을 거둬 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5전3선승제는 선제 1패를 당해도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이다. 3전2선승제의 초단기 시리즈는 선제 1승이 다음 단계 진출을 거의 좌우한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은 원정 팀으로 먼저 1승을 올리고 주도권을 쥐었다.

현대 유니콘스는 1998년~2004년까지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김재박 감독이 4회 우승을 이끌었다. 2000년대 40대 초반 감독들이 대거 진입할 때 김재박 전 감독은 사석에서 “상대 감독이 무슨 작전을 할지 수가 다 보였다”는 말로 경험 미숙을 지적한 적이 있다.

올해 가을야구에 진출한 5개팀 가운데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은 두산 김태형뿐이다. KBO 사상 최초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정상에 올랐다. 현역 최고 감독임에 틀림없다.

김 감독은 와일드카드 키움의 홍원기 감독을 눌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LG 류지현 감독을 꺾었다. 둘 나란히 감독 신인이다. 플레이오프 1패를 당한 삼성 허삼영 감독은 2년 차다. KBO 감독 사상 전력분석가가 사령탑을 맡은 첫 번째다. 경험 면에서 김 감독을 압도할 수가 없다.

같은 감독 입장에서 ‘수가 밀려 졌다’는 말은 듣기 싫다. 두산의 전력이 위였다면 이런 평가가 나올 수는 없다. 하지만 MVP감 에이스 미란다가 빠진 상황에서 포스트시즌 4승2패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중단, 도쿄올림픽에 의한 연기 등으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가 정상 시리즈가가 아닌 3전2선승제로 변경된 것 또한 너무 고맙다. 이런게 승운이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른 풍부한 경험에 상대 감독은 초년병, 시리즈 일정 승운마저 겹쳤다. 허삼영 감독이 2연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않는 한 감독의 수에서 졌다는 평가를 들을 수 밖에 없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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