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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카드 얻은 최초의 엄마 골퍼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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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레이철 로해나가 딸 제밀리아(오른쪽)와 웃고있는 모습. [로해나 인스타그램]


지난 4월 미국 유타주에서 벌어진 시메트라 투어(LPGA 2부 투어) 코퍼 록 챔피언십에서다. 레이철 로해나(30)는 경기 중 캐디백 안에 유아용 7번 아이언이 들어 있는 걸 발견했다. 골프 연습 때 따라다닌 딸 제밀리아(3)가 실수로 엄마의 가방에 채를 넣은 걸 로해나가 확인하지 못했다. 미국 골프위크가 지난 16일 소개한 사연이다.

제밀리아의 7번 아이언 길이는 23인치(63㎝)다. 성인용 7번 아이언은 일반적으로 37인치(94㎝)다. 유아용 채는 로해나가 쓸 수 없지만, 클럽은 클럽이다. 골프 규칙엔 캐디백에 채가 14개를 넘으면 벌타를 받는다는 조항이 있다. 로해나는 경기위원을 불러 이 내용을 설명하고 4벌타를 받았다.

언더파를 쳤던 로해나는 결국 7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4벌타 때문에 생긴 상금 손해는 약 900달러(106만원)였다. 2015년 로해나는 284달러 차로 1부 투어에 올라갈 수 있었다. 그걸 감안하면 900달러는 적은 돈이 아니었다.

로해나는 “900달러가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고 했다. 그 돈 때문에 1부 투어에 가지 못할까 각정했다. 그러나 로해나는 올 시즌 두 차례 준우승 등으로 상금 7만5608달러(9000만원)를 벌어 랭킹 10위로 내년 LPGA 투어 진출할 수 있게 됐다. 1부 투어에 못 가는 11위 선수와 10위 로해나의 상금 차이는 4429달러였다.

골프위크는 “로해나는 LPGA 투어 카드를 얻은 최초의 엄마 골퍼로 여겨진다”고 보도했다. 보육시설이 구비된 LPGA 투어엔 엄마 골퍼가 더러 있다. 그러나 2부 투어에선 엄마가 활동하기 매우 어렵다.

그의 남편은 펜실베이니아주 웨인스버그에서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남편이 모든 대회에 쫓아다닐 수도 없었다. 로해나는 “남편과 나는 매우 열심히 일하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집안 어른들의 도움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로해나와 딸은 8월 말 신종 코로나19에 걸리기도 했다. 마침 대회가 없는 기간이었고 목장이 외진 곳에 있어 격리하며 연습할 수 있었다. “불가능한 일이니 금방 포기할 거야” 등의 악플도 받았지만, 끝내 이겨냈다.

로해나는 “아이의 미소는 세상 모든 것과 같다. 딸이 없었다면 LPGA 복귀를 이룰 수 없었다”고 했다. 로해나는 2017년 임신 6주차 때 시메트라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올 연말 부부는 더 바빠질 예정이다. 목장에서 송아지 90마리가 태어날 거로 기대하고 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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