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마무리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는 달이 있는가 하면 크게 무너지는 경기가 속출하며 어려움을 겪는 달도 있다.
올 시즌에도 5월 평균 자책점은 8.64나 됐다. 반면 8월 7경기서는 평균 자책점 0을 기록했다.
김원중은 기복이 심한 마무리 투수다. 안 좋을 때와 좋을 때의 차이가 크다. 좋았을 땐 패스트볼을 과감하게 승부를 들어갈 때였다. 사진=김영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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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과 8월의 김원중은 어떤 면에서 차이를 보인 것일까. 어떨 때 좋고 어떨 때 나빴는지를 알 수 있다면 김원중의 기복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의 도움으로 5월과 8월의 김원중 투구 데이터를 분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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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의 차이는 그다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김원중은 5월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7.29km였다. 8월에는 148.34km가 찍혔다. 1km 정도 빨라지기는 했지만 유의미한 변화라고 하긴 어렵다.
구사 비율은 5월이 59%로 8월의 50%보다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5월의 패스트볼은 피안타율이 무려 0.476이나 됐다. 거의 5할 가까이 맞아 나갔다.
그러나 8월의 패스트볼은 피안타율이 0.167에 불과했다. 거의 언터처블에 가까운 수치를 찍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패스트볼의 구위가 김원중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키 포인트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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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존의 핫&콜드 존을 분석해 봤다.
5월에 비해 8월에 패스트볼이 맞아 나가는 비율이 떨어졌다.
5월엔 바깥쪽과 안쪽 모두 패스트볼이 약점을 보인 반면 8월엔 바깥쪽과 안쪽의 패스트볼 존이 모두 무안타를 기록했다. 몸쪽 하이 존의 위력이 더해졌고 낮게 제구되는 패스트볼도 거의 맞아나가지 않았다.
또한 한 가운데로 공이 몰려 들어가도 피안타율이 0.200에 불과했다. 가운데만 보고 던져도 김원중의 패스트볼은 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5월에는 가운데 몰린 공의 피안타율이 0였다. 문제는 한 가운데 잘 집어넣지 못했다는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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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5월과 8월 패스트볼 피칭맵을 살펴봤다.
큰 차이가 없는 듯 보이지만 미묘하게 차이가 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월의 피칭맵은 스트라이크 존과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하이 패스트볼의 비율이 높았다. 일반적으로 하이 패스트볼을 잘 던지면 패스트볼 피안타율을 떨어트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원중은 하이 패스트볼이 많을 때 오히려 좋지 못한 결과를 냈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좀 더 많은 공을 던졌을 때 반대로 결과가 더 좋았다.
9얼의 피칭맵을 살펴 보면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보다 많은 패스트볼이 형성 됐음을 알 수 있다.
8월의 피칭맵은 김원중의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많이 몰려 들어갔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더 좋았다. 패스트볼로 정면 승부를 펼쳤을 때 김원중이 보다 강해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미스터리 하나가 발견 된다. 패스트볼의 결과물을 분석해 보니 8월의 김원중은 패스트볼로 많은 플라이볼 타구를 유도해 냈다.
패스트볼의 땅볼 유도율은 33%와 31%로 큰 치아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라인 드라이브 타구는 17%에서 0%로 비율이 크게 줄어들었다. 잘 맞은 타구를 많이 허용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정면 승부가 늘었는데 잘 맞은 타구 비율은 줄었다.
흥미로운 것은 플라이볼 아웃 비율이다. 5월에 28%였던 것이 8월에는 50%까지 올라갔다. 패스트볼의 절반이 플라이볼로 잡혔음을 뜻한다.
김원중이 홈 구장으로 쓰는 사직 구장은 '플라이볼의 지옥'으로 불린다. 펜스는 높지만 구장 규모는 작아 평범한 플라이 타구가 홈런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직 구장에서 잘 버티려면 땅볼 유도율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한다. 플라이볼을 많이 유도하는 투수는 상대적으로 크게 불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김원중은 페이스가 좋았을 때 오히려 플라이볼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 힘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정면 승부를 들어가서 힘으로 상대를 윽박지르며 얕은 플라이볼 타구를 많이 유도해낼 때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뜻이다.
플라이볼 지옥에서 뜬공 투수로 살아 남고 있는 것이 바로 김원중이다. 미스터리한 일이지만 사직 구장에서 한 가운데로 공을 던져 플라이볼을 많이 유도해낼 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김원중이다.
결론은 나왔다. 김원중은 보다 과감한 패스트볼 스트라이크존 공략이 필요한 투수다. 최근 트랜드인 하이 패스트볼도 김원중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칠 테면 쳐 보라며 한 가운데로 정면 승부를 들어가 플라이볼을 많이 유도해내는 것이 좋은 투구의 발판이 될 수 있는 투수다. 플라이볼이 위험한 사직 구장이지만 김원중의 구위라면 충분히 이 방식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데이터는 말하고 있다.
플라이볼 지옥에서 뜬공 투수로 살아남은 김원중. 미스터리한 일이지만 김원중에게는 이 방식이 맞춤형 전략이 되고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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