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A골프장 대표가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라운드를 한 뒤 돈을 내지 않고 가는 이른바 '골튀 손님' 때문이다. A골프장 대표는 "우리 골프장은 당일 라운드에 대한 정산을 그날 해야 한다. 아니면 회계상에서 문제가 된다"고 말한 뒤 "골퍼가 정산을 하지 않고 집으로 가거나 그린피를 다 못 내겠다며 큰소리로 항의하면서 그린피를 깎아달라고 소란을 피우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 금액을 할인해주기도 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 '골튀 골퍼' 대부분은 당일 그린피 할인을 요구한다. 하지만 더한 골퍼들도 있다. 페어웨이나 그린 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서비스에 불만이 있다고 큰소리를 내며 그린피 할인을 요구하고, 이어 '공짜 라운드'나 '식사 쿠폰'으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코로나19의 반사이익으로 세계 골프계는 역대 최고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진상 골퍼들이 함께 증가하는 부작용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여러 골프장의 상황을 종합하면 '진상 골퍼'들의 목표는 대부분 한 가지다. 할인 또는 공짜. 이를 위한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홀인원 보험 사기' 얘기가 심심찮게 나왔다. 동반자들과 캐디가 짜고 홀인원을 한 것처럼 꾸며 일정 금액을 나눠 갖는 것. 최근에는 동반자들끼리 '사고 사기'를 펼치는 골퍼들도 등장했다.
B골프장 캐디는 최근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 16번홀에서 숲으로 들어간 한 동반자의 공을 찾기 위해 함께 다녀왔는데 나머지 골퍼 중 한 명은 코스에 앉아 있고 두 명은 캐디를 쳐다보고 있던 것. 이들은 캐디에게 "배수로가 살짝 열려 있었고 한 명이 여기에 발이 빠져서 심하게 다쳤다. 어떻게 할 것이냐. 이건 명백하게 골프장 잘못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골퍼가 빠진 곳은 수리지 구역으로 보수를 위해 빨강·노랑 깃발을 꽂아 놓고 줄까지 쳐놓은 상태였다. 명백한 골퍼의 잘못이지만 이들은 클럽하우스로 들어와 "오늘 라운드를 망쳤고 다쳤으니 보상하고 그린피도 못 내겠다"고 한 뒤 "오늘 못 친 부분에 대해서는 무료 라운드를 한 번 더 제공해달라"고 소란을 피웠다. 할 수 없이 골프장에서는 이들의 요구를 들어줬다. 그런데 이후가 더 가관이다. 이 캐디는 "절뚝거리며 동반자들의 부축을 받고 가던 골퍼가 차량 근처에서 갑자기 멀쩡하게 걸으며 하이파이브하는 것을 봤다. 정말 화가 나고 기가 막혔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 골퍼는 옆 팀에서 날아온 공에 맞아 당연히 보험 처리를 하고 보험사와 합의를 마쳤다. 물론 골프장은 당시 이 팀에 일체의 비용을 받지 않고 보냈다. 하지만 이 고객은 다시 골프장으로 전화해 무료 라운드와 식사 제공, 일정의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골프장이 거절 의사를 밝히자 '인터넷에 글을 올리겠다' '아는 언론사를 통해서 이슈화하겠다' 등 협박에 가까운 말을 했다. 또 자신의 물건이 없어졌다고 하거나 사각지대에 세워 놓은 차량에 흠집이 났다며 골프장에 항의하는 사례도 눈에 띄었다. 물론 이들도 무료 라운드를 요구한 경우가 많았다.
한 골프장 대표는 "이들은 대부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하거나 사람이 많은 로비에서 소란을 피운다. 저희는 일단 서비스 업종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들을 달래서 보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진상 골퍼'는 골프장에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늘고 있는 '조인 팀'에서도 문제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4명을 맞추기 위해 서로 잘 모르는 골퍼들이 한 팀을 구성하는데 갑자기 한 명이 오지 않아 금전적인 피해를 보거나 골프 매너가 너무 좋지 않은 골퍼와 만나 그날 라운드를 망치는 경우도 많다. 캐디에게 많은 욕과 성적인 농담을 하고 공이 맞지 않으면 캐디 탓으로 돌리며 소란을 자주 일으키는 한 '조인 골퍼' 때문에 해당 골프장에서는 이 골퍼가 예약을 하면 팀을 배당받지 않기 위해 캐디가 휴무를 내는 사례까지 있다. 증가하는 진상 골퍼에 '이제는 참을 수 없다'며 강력하게 대응하는 골프장도 늘고 있다. 한 회원제 골프장 대표는 "진상 골퍼들이 등장하는 빈도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며 "다른 골프장들에서는 아예 '법대로 하라'고 세게 나가는 곳도 점차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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