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두 팀간 시리즈 최종전, 8회말에 나온 장면이었다. 토론토 투수 라이언 보루키가 탬파베이 타자 케빈 키어마이어를 상대로 초구에 등을 맞혔다. 두 선수가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양 팀 선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그라운드로 몰려나왔다.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다행히 심판진이 양 팀 선수단을 떼어놓으며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보루키는 퇴장당했고, 이에 항의하던 피트 워커 토론토 투수코치도 퇴장당했다.
토론토 투수 라이언 보루키와 탬파베이 타자 케빈 키어마이어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美 세인트 피터스버그)=ⓒAFPBBNews = News1 |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틀전 시리즈 첫 경기로 돌아가야한다. 키어마이어가 경기 도중 홈에서 토론토 포수 알레한드로 커크에 태그되며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커크의 암밴드에 있던 투구 전략이 담긴 쪽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키어마이어는 이를 주워 가져갔고, 이후 돌려주는 것을 거부했다.
이같은 상황에 토론토 클럽하우스는 격노했고,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이 직접 상대 찰리 몬토요 감독에게 사과하며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양 팀 감독도 입을 모아 "다 지난 일"이라고 말했다.
탬파베이는 보루키의 행동이 고의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캐시 감독은 "실망스럽다"며 이번 일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다 끝난 일이라 생각했다. 보다 더 잘 대처해야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사구가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심판에게 상대 투수의 퇴장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피트 워커 토론토 투수코치가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美 세인트 피터스버그)=ⓒAFPBBNews = News1 |
키어마이어는 "내 등 뒤로 던졌다. 고의성이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정말 나약한 짓이다. 나는 다치지도 않았다.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는 시리즈를 가져갔다"며 말을 이었다.
동료들도 키어마이어를 옹호했다. 브랜든 라우는 "우리 포수들이 똑같이 쪽지를 떨어뜨렸어도 상대 타자들이 똑같은 일을 했을 것"이라며 키어마이어의 행동을 옹호했다. 브렛 필립스는 "우리는 이곳에 우승을 하기위해 왔다. 저쪽이 원하는 것, 저쪽이 집중하는 것은 따로 있는 듯하다. 우리는 이기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토론토측은 고의성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보루키는 "암 사이드(좌완 시야 기준 홈플레이트 왼쪽)에 던지는 공이 자주 빠지는데 심판이 퇴장이라고 알려줘서 떠나게됐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공이 손에서 미끄러졌고, 타자를 맞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내 작은 의견을 보태자면, 그는 그 자리에 쪽지를 놔두고 갔어야했다. 우리가 다시 주워가게 놔둬야했다"며 뼈있는 말을 던졌다.
몬토요 감독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투수는 퇴장당할 거라 생각했다. 상대 팀이 화난 것도 이해가 되고, 심판진이 퇴장시킨 것도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워커 코치의 반응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며 고의성이 없었음을 주장했다. "우리는 투수를 잃고싶지 않았다. 오늘 우리는 네이트 피어슨을 기용하기를 원치 않았다"며 퇴장을 감수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몬토요는 앞서 지난 6월 볼티모어 원정 때 알렉 매노아가 연속 홈런을 허용한 뒤 사구를 던졌다가 퇴장당한 상황을 언급하며 "그때와 같은 상황이다. 퇴장 조치는 이해한다"며 오해를 사기 좋은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두 팀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정규시즌 대결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아메리칸리그 최고 승률이 유력한 탬파베이와 와일드카드 진출이 유력한 토론토는 디비전시리즈에서 맞대결할 가능성도 있다. 두 팀의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이번 시리즈에서 벌어진 사건은 좋은 스토리라인을 제공할 것이다.
키어마이어는 "저 팀과 다시 붙기를 희망한다. 동기부여가 된다"며 토론토를 다시 상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인트 피터스버그(미국) =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