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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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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전력·방역수칙 위반’ 문제아, 야구로 보답할 기회가 왔다 [MK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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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들에게 금기시 되는 말이 있다. “야구로 보답하겠다.”

이제 학교 폭력 전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한 문제아에게 야구로 보답할 기회가 찾아왔다.

안우진(22·키움 히어로즈)이 돌아온다. 안우진은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NC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한다.

매일경제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이 프로 데뷔를 앞두고 다짐한 "야구로 보답하겠다"의 시간이 찾아왔다. 사진=김재현 기자


안우진의 복귀는 프로야구의 뜨거운 감자다. 복귀 자체로도 논란과 비판 여론을 만들었다. 키움 구단도 예상하지 못했던 게 아니다. 애초 홍원기 키움 감독은 문제를 일으킨 선수들을 올 시즌 구상에서 지웠다고 선언했지만, 발언의 유통기한은 한 달 정도였다. 한 달 만에 안우진 복귀를 선언했다.

키움이 악수(惡手)를 뒀다는 게 야구계의 지배적인 시선이다. 그럼에도 키움이 안우진을 복귀시킬만한 이유는 있었다. 경제 논리였다. 계약금 6억 원에 1억 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157km짜리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를 놀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키움 사정이 좋지 않다. 굳건했던 마운드는 휘청거리고 있다. 6연패에 빠졌다. 9경기에서 승이 없다. 3무 6패다. 더욱이 22일 인천에서 열린 SSG랜더스전에서는 연패 탈출의 기회가 아쉽게 무산됐다. 9회 마무리 김태훈이 김성현에 동점 홈런을 맞고 7-7로 비겼다.

안우진에게는 야구로 보답할 절호의 찬스다. 사실 안우진은 프로 입단때부터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던 이다. 대전에서 열린 2018년 프로야구 신인 오리엔테이션에서였다.

프로 입단 전 고교 시절(휘문고) 후배들에게 학교 폭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는 안우진이다. 야구를 하는데 필요한 도구들로 잔혹한 폭력을 휘둘렀다. 그런 그가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내뱉자,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신인 선수의 삐뚤어진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사례라고 알려졌다. 히어로즈 구단에게는 자업자득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야구로 보답하겠다”라는 말 자체가 히어로즈 출신인 강정호(34)가 음주운전을 저지르고 난 뒤 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키움 구단은 안우진이 불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팀 연패 탈출에 1등 공신 노릇을 하길 바랄지도 모른다. 안우진의 NC 상대 전적도 좋다. 통산 10경기 28⅔이닝 2승 2패 평균자책점 1.26이다. 올 시즌에는 한 차례 등판해 6이닝 1실점을 기록했지만, 패전투수가 됐다. 운이 없었다.

이만한 선발 카드도 없다. 연패 탈출을 위한 최상의 수이긴 하다. 키움은 학교 폭력 전력에도 중용해왔다. 원정 숙소를 이탈해 서울 강남 한복판으로 달려가 술자리에 참석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또 거짓 진술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인데도 말을 바꿔 쓰겠다고 한다. 안우진은 그만큼 키움 구단에겐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대부분 야구팬들은 그렇지 않다.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야구팬들이 극도로 혐오하는 말이 돼 버렸다. 그 책임은 강정호나 안우진에게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 장본인이 이제 야구로 팀에 보답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져버렸다. 안우진이야 야구로 보답하면 신나겠지만, 야구팬들의 속은 씁쓸하다. 한 야구팬은 “세상에 정의가 없다는 걸 안우진 복귀 사례로 또 다시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 안우진 복귀에 대한 감독 말 바꾸기로 실망감이 극에 달한 분위기다. 안우진의 호투에 좋아할 이들은 별로 없다. 야구만 잘하기보다는 성실하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유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안우진은 학교 폭력으로 구단 자체 징계가 끝나고 복귀할 때, 고척돔 1루 더그아웃에서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시 안우진에게 묻고 싶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사람이 됐냐”고 말이다. 물론 이젠 야구팬들의 눈을 더럽히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안준철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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