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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충무로 대들보가 된 시골 소년…이성민 "'기적'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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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성민.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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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성민(52)이 '기적'을 이뤘다.

경상북도 봉화의 수줍음 많은 소년이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가 된 것도, 영화 '기적'을 완성해 추석 연휴 관객들에게 선보인 것도 이성민의 기적이다.

지난 15일 개봉한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988년 세워진 세상에서 제일 작은 기차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새롭게 이야기를 창조했다. 2018년 데뷔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260만 관객을 사로잡은 이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이성민은 준경의 무뚝뚝한 아버지이자 원칙주의 기관사 태윤 역할을 맡았다. 봉화의 시골 소년이었던 그는 봉화를 배경으로 한 이번 영화에서 시골 소년 박정민의 아버지를 연기했다. 봉화에서 배우라는 무모해 보이는 꿈을 키웠고, 영화 속에서는 특별한 사연과 놀라운 꿈을 가진 아들을 키웠다.

어려움 속에 이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이성민. 배우라는 꿈을 가졌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그와 비슷한 성장기를 그려낸 '기적'을 향해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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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적'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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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인 봉화를 배경으로 하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어떤 기분이었나.

"처음 대본을 받았더니 표지에 '기적'이라고 돼 있었다. 준경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데 '헉'했다. 이야기의 배경이 경상북도 봉화라고 해서 '이게 뭐지?'라고 생각하며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시나리오 속 인물의 말투가 그쪽 동네 사투리가 아니었다. 그 동네 출신이 (시나리오를) 쓴 게 아니란 걸 느꼈다. 그리고 내가 자라왔던 환경과 비교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준경이 양원에서 양주로 학교를 오는데, 영주 역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간다. 감독님에게 적극적으로 '이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웃음) 그래서 자전거만 타는 거로 바뀌었다. 준경과라희가햄버거집에서 데이트를 하기에 강력하게 '당시 햄버거집 없었다.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사투리는 전반적으로 수정을 거쳤다. 최대한 당시 내 경험을 바탕으로 대본을 조금 수정했다. 내 고향 이야기라서 반가웠다."

-실제 살았던 곳과 얼마나 달랐나. 감독님에게 많은 조언을 했나.

"조언하지는 않았다. 당시 상황에 너무 입을 열면 영화 제작에 미약하게나마 문제가 될 것 같았다. 하하하. 사투리와 동네의 규모 정도만 이야기했다. 내가 스무살 때 들어갔던 영주의 극단이 있는데, 그 극단에 있는 선배 한 분이 출연했다. 선배가 '준경이 집이 너무 잘 산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그 당시에 이렇게 살던 집이 어디 있느냐'더라. 준경의 집에 가는 길에 가로등이 있고 한데, 실제 그 당시 가로등이 있지는 않았다. 차도 안 들어가던 동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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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성민.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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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연기가 작품의 분위기나 캐릭터 구축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사투리 연기가 캐릭터 구축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경기도 어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충청도나 전라도 어디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우리가 ('기적'에서) 했던 사투리는 많이 접해보기 힘든 말투이긴 하다. 이 식구들이 얼마나 외진 곳에 살고 있는지를 설명하기에는 어울리는 지역 사투리였다고 생각한다. (사투리가) 캐릭터 구축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그 동네 특유의 무뚝뚝한 말투가 있다. 처음 접하면 불쾌할 정도로 퉁명한 말투가 있다. 그 말투는 캐릭터에 조금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영화 속 이성민은 무뚝뚝한 아버지인데, 실제 이성민은 어떤 아버지인가.

"우리 나잇대 사람들의 아버지는 일반적으로 무뚝뚝하고 표현도 잘 하지 않는다. 우리 아버지도 그런 편이었는데, 다른 분들과 다르게 조금은 표현을 하는 편이었다. 근데 나는 조금 더 많이 표현한다.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물론 내 생각이다. 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나 같은 아비가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우리 딸도 인정하는 부분이긴 하다.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아빠가 조금 다르다'고 하더라. 내 의도대로 딸을 잘 대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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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적'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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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아버지 태윤은 아들 준경과 눈을 맞추지 않는다.

"태윤이 준경을 바라보고 말하지 못한다. 가족에 대한 태윤의 죄책감 때문이다. 감독님과 상의한 설정이다. 준경을 바라보는 마음은 늘 미안함이다. 그런 아버지다. 엄마의 사망도, 딸의 사고도, 그런 죄책감을 가진 아버지다."

-가장 뭉클하고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마지막에 아버지가 준경에게 속내를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연기하기) 힘들었다. 영화 전체에서 몇 군데 힘든 신이 있는데, 그 중 준경과의 마지막 장면이 모든 배우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 대목이다. 박정민이 실제 울음이 터졌고, 나도 그랬다. 조명 때문에 부득이하게 나눠서 찍어야 했다. 다행히 제 것을 먼저 찍었는데, 그때 박정민이 울음이 터졌다. 감정이 한번 지나가면 다시 터뜨리기 힘들다. 박정민이 자신의 방향으로 촬영을 할 때 굉장히 힘들어했다. 박정민의 울음을 놓친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만약 준경처럼 자녀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도전하려 한다면 어떻겠나.

"감독님이 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나는 준경이라는 인물과 배우 이성민을 대비해서 봤다. 나도 봉화에서 배우가 돼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꿈도 아니었다. 막연한 생각이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말도 잘 못 하고 쑥스러움도 많았다. 준경은 재능은 있었는데, 나는 재능도 없었다. 나는 지금 꿈을 이룬 사람이 됐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안 할 거다. 너무 막연한 것이어서, 나는 우리 아이가 이쪽 일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다양한 것을 해봐라. 여러 가지 부딪쳐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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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성민.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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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에 대한 애정이 깊은 듯하다.

"촬영장은 굉장히 힘들었다. 시간도 예산도 힘든 촬영장이었다. 그런데도 이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감독의 역량이다. 이 영화를 만든 건 '기적'이라고 하더라. 그만큼 열악한 상황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어낸 것, 그런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던 것은 감독의 덕분이다. 그리고 배우와 스태프들의 힘이다. 그래서 더 이 영화에 애정이 간다."

-후배들 사투리 연기를 평가한다면.

"나도 내 고향 말을 많이 잊었다. 고향을 떠난 지 30년이 넘었으니까. (이 영화를 찍으며) 고향 말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었다. 다른 배우들은 낯선 말이라서 힘들었을 거다. 윤아가 제일 잘했다. '역시 그쪽 동네 피가 있어서 그렇구나'했다. 다른 배우들은 그쪽 동네 말을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고, 윤아는 조부모가 그쪽 분이라더라. 영주에 성묘도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영향을 받은 것 아닐까. 그러나 (윤아 말고도) 모두가 다 열심히 했다."

-박정민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훌륭했다. 박정민의 연기는 감독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흰쌀밥이다. 정말 그런 느낌이다. 맑고 순수하고 꾸미지 않은, 그러면서도 에너지를 유지한다. 늘 같이 연기할 때 기대되는, 집중하게 하는 배우다. 앞으로도 그렇게 꾸준히 할 것이고, 최고의 배우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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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감독을 향한 신뢰가 깊어 보인다.

"감독님과 (작업이) 정말 좋았다. 촬영이 끝나고 다음 스케줄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무조건 다시 해보고 싶다. 다른 배우들도 느꼈을 거다. 배우로서 만나서 행복한 감독님이었다. 한번은 물에 들어가는 신이었는데, 늦은 장마가 와서 비가 오락가락할 때였다. 촬영하다 한번 접기도 했다. 부득이하게 날을 다시 잡았는데 비가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물에 들어가야 하는데, 수중 세트 촬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냥 강에서 찍기로 했다. 조류가 엄청 심한 곳이었다. 바닥 작업을 할 시간도 없었다. 물 밑에 바위가 많아서 똑바로 서지를 못했다. 물에 들어가는데, 실제로 사람이 잠길 정도의 공간이면 위험하니까 가슴 정도까지 오는 곳이었다. 미끄러운 바닥에 무릎을 굽히면서 잠기는 연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촬영하는 분도 조류에 휩쓸리니까 묶고 막…. 그 장면을 찍으면서 감독님도 많이 아쉬워했고, 나도 집중하기 힘들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이런 영화를 만드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기적이다."

-꿈꾸는 이들에게 꿈을 이룬 배우 이성민이 보내는 '가장 현실적인 충고'가 있다면.

"연극영화과 친구들이 와서 이런 질문을 하기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한 적이 있다.(웃음) '그냥 즐겨라.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 싶으면 해라'고 했더니 그 친구들이 서운해했다. 말이 쉽지가 않다. 나는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배우가 되고 싶어서 연극을 했는데 주변에서 반대했다. 근데 재미있었다.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했는데, 다른 걸 할 줄 몰랐다. 그래서 계속 붙들고 있었다. 즐기다 보면 다른 걸 못한다. 그리고 좋은 선생, 좋은 친구, 좋은 선배를 만나야 한다."

-지난날을 돌아봤을 때 가장 '기적' 같은 순간은 언제였나.

"나에게 기적 같은 순간이 있다. 연극영화과 원서를 낼 때다. 내가 일방적으로 원서를 냈다. 아버지는 서울에 계셨는데, 혼자 입시요강을 찾아서 원서를 쓰고 집에 있는 도장을 찍어서 선생님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선생님이 무시했다.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아버지를 만났는데 대학 입시 원서를 찢었다. 나와 너무 (연극영화과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포기하고 재수를 하다가 소백산 철쭉제를 놀러 갔다. 버스 문 앞에 '연극 단원 모집'이라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그 동네에 연극을 하는 극단이 있다니. 그다음 날 전화를 걸었다. 그 전화를 받은 분이 우리 영화에 나온다. 그게 오늘의 내가 있게 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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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적'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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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근래 워낙 센 영화들이 많았다. 와중에 이런 따뜻한 영화가 개봉하게 돼 기대한다고들 하더라. 내 맘도 그렇다. 따뜻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다. 그런 작품으로 남길 바란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박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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