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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파 3홀 13타, 김시우의 공격성과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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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틴컵’ 주인공처럼 무모한 샷

오지현과 결혼 앞두고 안정감도

중앙일보

김시우(왼쪽)와 오지현 커플. [사진 김시우]


김시우(26)는 지난 9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페덱스 세인트주드 인비테이셔널 4라운드 11번 홀(파 3)에서만 10오버파를 기록했다. 파 3홀 13타는 PGA 투어가 통계를 작성한 1983년 이후 일반 대회의 파 3홀 중 가장 높은 스코어다.

공이 물에 빠진 뒤에도 김시우는 그린 가운데가 아닌 구석에 있는 핀을 보고 쐈다. 길어도 짧아도 물에 빠지는 아일랜드 그린이었는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총 상금 1000만 달러가 넘는 WGC 대회에서 한 타에 따른 상금 차이가 큰 데도 그랬다.

이 장면은 케빈 코스트너와 르네 루소가 주연한 골프 영화 ‘틴컵(Tin Cup)’의 내용과 흡사했다. 주인공은 US오픈에서 공동 선두를 달리다 파 5홀에서 2온을 노린다. 첫 번째 공이 그린에 올라갔다 굴러 내려와 물에 빠졌다. 물에 빠진 곳 근처로 가서 드롭하고 쳐도 되지만, 주인공은 원래 자리에서 볼을 쳤다. 공 다섯 개가 물에 들어갔다. 남은 공은 하나뿐이었다. 그것마저 물에 빠지면 실격될 위기였다. 주인공은 타협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공을 쳤다. 공은 홀로 빨려 들어갔다.

틴컵은 ‘무모하게 경기한다’는 뜻이다. 주인공은 우승을 놓쳤지만, 사랑을 얻었다. 용기 있게 도전한 모습을 여주인공이 좋아했다. KLPGA 7승을 한 스타 오지현(25)이 지난 1일 3년 만에 우승한 뒤 “김시우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다”고 공개했다. 계속 핀을 보고 공을 친 김시우의 모습에서 영화 주인공 코스트너가 연상됐다.

김시우의 공격적인 샷들은 무모하다고 볼 수도 있다. 뜨거운 사랑을 할 때 아드레날린이 넘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김시우는 내후년까지 출전이 보장돼 있기에 호기를 부려볼 여유도 있다. 김시우는 15~17번 홀 3연속 버디로 멋지게 경기를 끝냈다.

다른 특이점은 김시우가 클럽을 부러뜨리지 않았다는 거다. 그의 코치인 클로드 하먼 3세는 “김시우는 화가 날 때 클럽을 부러뜨리기로 유명하다”고 했다. 올해 마스터스에서는 선두권에서 경기하다가 퍼터를 부러뜨린 뒤 우드로 퍼트해 화제가 됐다. 마스터스 후 김시우는 PGA 투어 동료 선수인 펫 페레스에게 다시 클럽을 부러뜨리면 10만 달러(1억1500만원)를 주기로 약속했다.

김시우는 “14개 클럽 그대로 갖고 있다”고 했다. 클럽을 하나도 부러뜨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김시우는 이전보다 여유가 있어 보인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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