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는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서 승기가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넘어간 뒤 덕 아웃에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껌을 씹는 장면이 TV 중계 카레라에 잡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장면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강백호도 논란을 의식한 듯 리그가 재개된 10일 경기서 마스크를 쓴 채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강백호가 지난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미니카 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서 승기를 빼앗긴 뒤 심드렁한 표정으로 껌을 씹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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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대표팀 감독도 이 논란을 알고 있었다. 이 역시 자신의 책임이라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김 감독은 “야구계가 여러 가지로 안 좋은 것만 부각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 “강백호에게 물어보니까 경기에서 이기고 있다가 역전되는 순간에 자기도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르고 있더라. 선배들, 지도자들이 가르치고 주의를 주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진짜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강백호가 자신의 행동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알고 지른 죄 보다 모르고 지은 죄가 더 크다고 했다. 모르고 한 행동이야말로 한 사람의 인품이 형성된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백호가 모르고 한 행동이라면 더 크게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
강백호는 리그 최고의 선수로 추앙 받았다. 1982년 백인천 이후 처음으로 4할 타율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가 나왔다며 야구계 전체가 강백호를 띄워줬다.
강백호의 야구를 배우기 위해 많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그의 폼을 따라하고 배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강백호의 인격은 아직 최고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음이 이번 껌 논란을 통해 밝혀졌다고 할 수 있다.
모르고 한 행동이기에 더욱 문제가 컸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강백호는 아직 어린 선수지만 분명 성인이다. 성인으로서 최고의 야구 기술을 가진 선수로 추앙 받고 있다. 그런 선수가 상황에 맞는 행동을 배우지 못했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야구계 전체가 그저 야구하는 기계만 양산해낸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야 하는 대목이다.
야구 은퇴 선수 및 OB 모임인 일구회는 11일 윤동균 회장 명의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일구회는 “최근 프로야구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잇따른 추문과 도쿄올림픽에서의 아쉬운 성적으로 팬들의 질타와 비난을 받고 있다”며 “현역 선수만의 문제가 아닌 야구 선배들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은퇴 선수를 대표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이후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했지만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새 구장 건설 등 인프라 확충이 크게 이뤄진 반면 경기력, 기량 등은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윤 회장은 “사건, 사고를 일으킨 선수들의 잘못에 대해 팬의 질타와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야구계 상황은 선배들이 제대로 모범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를 비롯한 은퇴한 야구인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팬들의 분노는 한국 야구가 변화하는 사회의 기준과 팬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데 있을 것”이라며 “일반 사회인이 평생 벌기 어려운 거액의 연봉이나 천만 관중과 같은 양적 성장만 중시해온 게 결국 한국 야구의 위기로 이어졌다. 앞으로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반성했다.
일구회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앞으로 일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어린 선수들의 인성 향상에 노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야구계 전체 선배들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야구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 받는 시대는 지났다. 야구 실력에 걸맞는 인성을 지닌 선수들이 롱런하고 준중받는 시대가 됐다.
이번 강백호 문제는 우리가 야구만 보고 야구면 무엇이던지 해결되는 시대를 만든 잘못일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모르고 지은 죄가 더 크다고 했다. 강백호가 자신의 행동을 '몰랐다'는 말 뒤로 숨기려 한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철저하게 반성하고 더욱 자신을 가다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최고의 야구 선수에 걸맞는 최고의 인품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한 일 만은 아닐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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