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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연재] '이현우의 MLB+'

[이현우의 MLB+] '12경기 11홈런' 보토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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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에는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 OPS(출루율+장타율) 1위부터 5위는 8일(한국시간) 기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1.039),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024), 오타니 쇼헤이(1.014),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0.990), 브라이스 하퍼(0.976)다. 이들 가운데 최연장자는 만 28세인 하퍼, 나머지 4명은 모두 2018년 이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선수들이다.

반면, 알버트 푸홀스(통산 675홈런)와 미겔 카브레라(통산 498홈런)으로 대표되는 2010년대 중반까지 메이저리그를 지배했던 과거의 강타자들은 어느덧 은퇴를 앞둔 나이가 되면서 지난 몇 년간 가파른 하락세를 겪고 있다. 세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올 시즌 이러한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거스르는 타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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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내티 레즈의 간판타자 조이 보토(37)다.

보토는 8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경기에 1루수 겸 4번타자로 출전해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1-3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보토의 시즌 성적은 81경기 타율 0.273 23홈런 66타점 OPS 0.926 wRC+(조정 득점창출력) 140이 됐다.

물론 보토란 이름값을 고려했을 때, 어느덧 시즌이 2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 정도의 성적은 그리 특별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통산 1852경기에서 1988안타(현역 4위) 318홈런(6위) 1032타점(6위) 타율 0.303(5000타석 이상 기준 5위) OPS 0.936(5000타석 이상 기준 2위)를 기록 중인 보토는 푸홀스, 카브레라와 함께 현역 타자 중 최고의 커리어를 갖춘 선수다.

하지만 최근 보토의 성적은 그러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3년간 보토의 연평균 타율 0.265 13홈런 45타점 OPS 0.802. 올 시즌 전반기까지도 61경기에서 0.257 11홈런 40타점 OPS 0.810로 지난 3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21시즌 후반기 MLB 홈런 순위

1위 조이 보토 12개 (OPS 1.258)
2위 호르헤 솔레어 9개 (OPS 1.113)
3위 오스틴 레일리 9개 (OPS 1.117)
4위 카일 시거 8개 (OPS 0.878)
5위 조지 스프링어 (OPS 1.187)

그랬던 보토가 달라진 것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였다. 최근 12경기에서 보토는 7경기 연속 홈런을 포함해 무려 11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7경기 연속 홈런은 데일 롱(8), 돈 매팅리(8), 켄 그리피 주니어(8)에 이은 역대 공동 4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그러면서 보토는 후반기 12홈런으로 해당 부문 공동 2위 호르헤 솔레어(9), 오스틴 레일리(9)와 격차를 3개로 벌렸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보토는 전성기 시절에도 이와 같은 수준의 '파워'는 보여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보토는 2010년(37개) 2017년(36개) 두 차례 30홈런을 넘긴 적도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뛰어난 선구안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을 쳐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내는 '퓨어 히터(Pure Hitter)'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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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보토의 O-Swing%(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에 스윙한 비율)은 19.2%으로 같은 기간 2번째로 낮았고,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은 26.6%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이러한 보토 특유의 스타일은 그를 출루율 1위만 7차례 달성할 정도로 생산성 높은 타자로 만들어줬지만, 다른 한편으론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확실한 스트라이크에만 배트를 내는 타격 스타일 때문에 보토는 비슷한 수준의 타자들보다 타점이 적었다. 실제로 보토가 100타점을 넘긴 시즌은 3번. 이는 푸홀스(13번), 카브레라(12번)에 한참 못 미치는 횟수다. 이로 인해 보토에 대한 평가는 세이버메트릭스를 선호하는 팬들과 홈런·타점 등 전통적인 지표를 선호하는 팬들 사이에서 극명하게 갈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토는 타격 스타일을 고수하며 최고의 커리어를 쌓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그랬던 보토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조이 보토의 2017-2021시즌 성적 변화

[2017년] 타율 0.320 36홈런 100타점 OPS 1.032
[2018년] 타율 0.284 12홈런 67타점 OPS 0.837
[2019년] 타율 0.261 15홈런 79타점 OPS 0.768
[2020년] 타율 0.226 11홈런 32타점 OPS 0.800
[2021 전반기] 타율 0.257 11홈런 OPS 0.810
[2021 후반기] 타율 0.320 12홈런 OPS 1.258

지난해 8월 말, 신시내티 데이빗 벨 감독은 3경기 연속 주전 라인업에 보토의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유는 분명했다. 당시 보토는 18타수 무안타를 기록 중이었고, 시즌 성적은 타율 0.191 출루율 0.321 장타율 0.326에 그치고 있었다. 주전으로 도약했던 2008년 이래로 처음 겪는 일을 통해 보토는 자신이 일종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보토는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 기존의 타격 스타일을 고수해왔습니다.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하고, 까다로운 타자가 되는 것. 구장 전역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날리는 것입니다. 저는 제 우상(테드 윌리엄스)을 따라 완벽한 선수가 되려고 노력했고, 완벽하진 않았지만 약간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저는 더 많은 실수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타격하는 것이 필요할 때라고 느꼈습니다. 까다로운 타자가 되기 위해 저는 처음으로 빅리그에 데뷔했을 때 가지고 있던 최대 장점인 '파워'에서 손해를 봤습니다. 프로 첫해 저는 타율은 낮았지만 장타 수에서 리그 1위였습니다. 이제 자연스러운 저의 모습으로 돌아갈 때입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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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 시즌 보토의 O-Swing%는 24.4%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에 따라 컨택트%(스윙 시 공을 맞힐 확률)도 73.9%로 커리어 최저치에 그치고 있다. 반면, 평균 타구속도 92.6마일, 배럴 타구(Barreled Ball, 타구속도와 발사각도를 조합했을 때 기대 성적이 최소 타율 .500 장타율 1.500 이상인 타구) 비율 15.7% 역시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이다.

즉, 선구안과 정확성을 희생하는 대신 더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쪽으로 타격 스타일을 재정립한 것이다. 놀라운 점이 있다면 이러한 변화를 시도한 그의 나이가 만 37세라는 것. 명예의 전당급 커리어를 갖춘 선수가 자신을 성공으로 이끈 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고, 실제로 전성기급 성적을 회복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는 보토가 끊임없이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는 선수이기에 가능했다.

보토는 "데이터를 보면 좋은 타자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배럴 타구와 타구속도, 강한 타구 비율입니다. 특히 배럴 타구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매체나 SNS에 정말 멋진 배트 플립 영상이 올라오고 그걸 팬들이 공유하는 선수가 조금은 부럽습니다"라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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