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의 '외환위기(IMF 구제금융)'가 2021년 20여년만에 또다시 소환됐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집값 경고에 잇따라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언급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주 한국은행은 'BOK이슈노트'에서 주택가격이 최대 20%까지 하락하는 경우 소비위축 등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최대 20%하락을 가정한 근거는 보고서 주석에 짤막하게 나와 있다.
KB주택매매가격지수를 기준으로 외환위기 당시(1998년 2, 3분기) 전년동기보다 약 17.7% 하락해 시계열(86년 1분기 이후)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던 때를 기준으로 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외환위기가 우리에게 준 충격은 엄청났다. 경제주권을 빼앗긴 것이나 다름 없을 정도였고 경제뿐 아니라 사회위기로 확산했다. 당시와 비교하는게 적절한지를 떠나 연구보고서인 만큼 최악의 상황을 가정, 그만큼 경계심을 갖자는 차원으로 받아들여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28일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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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적정성 측정지표 '최고수준' 강조
그런데 이번엔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나섰다. 지난 28일 대국민담화에서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서울아파트 등 주택가격이 -9%~-18%의 큰폭의 가격조정을 받은 바 있다"고 언급한 것.
여러 다른 지표들을 함께 거론하면서 "주택가격 수준·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니 불안감에 의한 추격매수를 자제해달라는게 핵심이다.
적절한 발언인지 여부를 떠나 경제를 책임지는 경제수장이 직접적으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론하며 경고에 나선 자체는 주목해야 하는 지점이다. 그동안 홍 부총리가 여러차례 고점, 버블 경고를 했지만 시장에 먹히지 않으면서 강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홍 부총리의 말처럼 외부 쇼크가 오면 지금과 같은 집값 상승국면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다만 이는 정확한 예측이 쉽지 않은 지점이다.
그렇다면 가장 최근의 집값 조정기는 어땠을까. 노무현 정부 막바지인 2006년에도 지금처럼 '버블 세븐'에 대한 정부의 경고가 잇따랐다. 이후 서울 집값은 고점을 찍고 꺾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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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2기 신도시'가 막 공급을 시작하던 때라는 점이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2006년 판교신도시가 첫 분양을 했다. 2007년 동탄1신도시 첫 입주, 2008년 판교신도시 첫 입주, 광교신도시와 김포한강신도시가 분양을 시작한 시점이다.
2007년을 전후로 2기 신도시가 본격적으로 공급됐고, 2008년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요인까지 닥치면서 집값은 하락세로 이어졌다. 이 여파로 위례신도시나 검단신도시 사업이 미뤄지기도 했다.
현재 정부가 단순히 고점이라고 언급하는 것이 먹히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체감할만한 수준의 공급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전청약 물량 확대 등도 언급했지만 어디까지나 사전청약일뿐 본청약도 입주도 언제가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번 정부들어선 아예 공급을 틀어 막으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입주물량은 지속해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집값 고평가, '고점' 여부 놓고 엇갈려
많은 전문가들이 유례없는 상승장을 이어오면서 집값이 고평가돼있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고점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도 대안제시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란 비판과 함께 주택가격이 고평가된 것은 사실인 만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외부충격이 발생해 국내 경제에 미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외부충격의 여파로 국내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예시로 든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총괄 이사는 "정부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주택 매수세가 이어지니 정부 스스로 불안한 마음이 크고 딱히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의 진단(근거)은 '비싸다' 말고는 없다"면서 "향후 10년 공급이 많아진다는 것도 당장 입주로 이어지는게 아니기 때문에 집값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다만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고점인진 모르지만 고평가돼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외부충격이 왔을때 거품이 터질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도 "집값의 하방압력이 커진 시기이기 때문에 앞으로 닥칠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와 내년 경기가 나쁘지 않다고 보는 것은 코로나19사태로 인한 기저효과 영향이 있고, 결국 2~3% 성장으로 돌아서고 공급이 나오기 시작하면 가격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하다는 시그널로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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