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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방송사도 못 챙긴 '깜짝 승리' 허광희 "잃을 게 없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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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배드민턴 최강자 日 모모타 물리친 허광희
방송국도 생중계 편성 않을 만큼 주목 안한 경기
뒤늦게 알려지며 네티즌들 '돌려보기' 화제
한국일보

28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허광희(26·삼성생명)가 모모타 겐토(일본)를 상대로 스매시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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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깜짝 등장이었다.

국내 방송국들마저 편성 계획을 별도로 잡지 않을 만큼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선수의 당찬 반란. 단식 세계 랭킹 1위 일본 배드민턴 간판 모모타 겐토를 물리친 허광희(26·삼성생명) 선수 얘기다.

허광희는 28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세계랭킹 1위 모모타 겐토(일본)를 2-0(21-15 21-19)으로 제압했다. 세계 배드민턴 남자 단식의 절대 지존으로 군림해왔던 최강자를 세계랭킹 38위가 무릎 꿇리는 대이변이 벌어진 것이다.

세계랭킹 1위 꺾은 38위 '도전자'..."밑져야 본전, 잘됐다"

한국일보

28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 조별리그 A조 2차전. 완승을 거둔 허광희(26·삼성생명)가 공격에 성공하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고 있다(왼쪽 사진). 패배가 확정된 모모타 겐토(일본)가 망연자실하며 코트에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도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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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허광희는 본인의 존재감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1게임, 2게임 모두 시작은 뒤졌지만, 곧바로 따라잡았고, 역전에 성공하며 완승을 거뒀다. 허광희의 끈질긴 수비와 강 스매시에 모모타는 맥을 못 췄다.

경기 종료, 승리를 잡은 그 순간 허광희는 주먹을 쭉 뻗더니 믿기지 않다는 듯 가슴에 손을 얹었고, 모모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메달 기대주였지만 불법 도박 혐의가 드러나 대표팀 합류가 좌절됐던 모모타는 안방에서도 일격을 당하며 또다시 메달 획득에 실패하게 됐다.

허광희는 모모타를 꺾은 뒤 "저는 도전자 입장에서 뛰었다. 그 선수와 비교해 저는 잃을 게 없어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달려들었는데 잘됐다"며 기뻐했다.

축구, 펜싱 등에 밀린 실시간 중계...네티즌들 '다시보기'

한국일보

28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허광희(26·삼성생명, 위쪽)가 모모타 겐토(일본)를 상대로 경기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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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통쾌하고 짜릿했던 승전보는 아쉽게도 전파를 타지 못했다.

허광희의 경기가 이날 오후 8시부터 열렸는데, 지상파 방송사들이 축구, 펜싱 등 다른 종목들을 주목하느라 편성표에 미리 잡아 놓지 못한 탓이다.

때문에 일부 네티즌들은 시청률만 좇는 지상파 방송국의 행태를 성토하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메달권 종목이 아닌 경기에 대해 관심과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관계자는 "한국의 모든 경기를 다 중계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계를 전했다.

일본에선 탄식이 쏟아졌다. 이번 올림픽 개회식에서 오륜기를 들고 입장하며 일본을 대표했던 간판 스포츠 스타의 패배인 만큼 충격이 커보였다. 일본 언론들은 모모타가 지난해 1월 교통사고를 당하고, 올해 1월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되는 등 몸 컨디션이 예전 같지 못했던 게 패배의 원인이란 진단도 내놨다.

4강 결정전은 31일에..."다시보기 아닌 생중계, 실시간 응원"

한국일보

허광희 선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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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늦은 환호. 네티즌들은 허광희의 경기를 다시보기 하며, 두 배의 축하와 응원을 건네고 있다.

파란을 일으킨 허광희는 A조 1위를 차지하며 16강이 아닌 8강으로 직행한다. 세계 1위가 포함됐던 1번 시드 A조의 경우 예선 1위 선수가 곧바로 8강에 오르는 룰 덕분이다.

배드민턴 남자 단식 4강 결정전은 오는 31일 치러진다. 2승만 더하면 결승 진출이다. 이제부터는 다시보기 아닌 생중계로 허광희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며 실시간 응원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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