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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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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래시포드 PK 실축이 쏘아올린 공···“인종차별주의자 경기장서 내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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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흑인 잉글랜드 축구선수 마커스 래시포드를 향한 악플이 쏟아지자 영국 사회에서는 축구계의 인종차별주의를 몰아내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비백인 선수에게 모욕적인 말을 내뱉은 관객을 평생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들자는 국민 청원이 올라오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인종 혐오 게시글이 올라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회사의 임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국민청원 사이트 ‘change.org’에 ‘온·오프라인에서 선수를 향해 인종차별 학대를 저지른 사람은 잉글랜드 축구 경기장에 평생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을 만들자’는 청원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거의 10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청원을 올린 축구팬 3명은 “축구계와 우리 사회에 인종차별과 편견이 설 자리가 없어야 한다”고 밝히며 영국 정부를 상대로 관련 규정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존슨 총리도 이날 온라인 괴롭힘에 대처하기 위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회사 임원진과의 긴급 회의를 소집해 온라인 괴롭힘 대응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5월 온라인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온라인 해악 법’ 초안을 발표했며, 영국 방송·통신 규제 기관인 오프콤은 이 법의 구체적 시행 강령을 만들고 있다.

래시포드는 지난 11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0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결승전 승부차기를 실축했다. 결국 잉글랜드가 패하자 그는 축구팬들로부터 거센 인종차별적 비난을 받았다. 당시 골을 넣지 못한 흑인 선수 제이든 산초, 부카요 사카가도 온라인을 통해 인종차별 욕설을 들어야 했다. 프로축구선수협회(PFA)는 결승전 이후 세 사람을 겨냥해 모욕을 가한 트윗이 1913건이라고 밝혔다.

래시포드의 고향인 맨체스터 위팅턴에서는 그가 그려진 벽화가 훼손되기도 했다. 하지만 래시포드를 지지하는 팬들은 훼손된 벽화를 찾아가 응원의 메시지를 종이에 적어 붙이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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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위팅턴의 흑인 축구선수 마커스 래시포드가 그려진 벽화 앞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인종차별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위팅턴|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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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축구계 인종차별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4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가 경기 중 손흥민 선수(토트넘 홋스퍼)의 얼굴을 가격해 득점이 취소되자 일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손 선수의 인스타그램에 몰려가 “개나 먹어라” “쌀먹는 사기꾼” 등의 글을 도배했다. 흑인 에밀 헤스키 선수도 16세 이하 잉글랜드 축구팀에서 뛸 당시 한 관객이 자신에게 침을 뱉으며 흑인 비하 욕을 내뱉었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이 확산할 때부터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무릎꿇기’ 퍼포먼스가 자리 잡기도 했다.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은 인종차별 반대 의미로 10초간 한쪽 무릎을 꿇는다. 하지만 크리스털 팰리스의 흑인 선수 윌프리드 자하는 이 퍼포먼스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며 축구계의 인종차별을 근본적으로 뿌리 뽑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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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선수들이 지난 4월 20일(현지시간) 런던 스탬포드브리지에서 경기 시작 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을 지지하는 의미로 무릎을 꿇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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