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서 절망감 호소했던 울프
경쟁에 따른 욕심이 불안감 키워
“칭찬·비난에 귀기울이지 않아야”
매트 울프가 US오픈 대회 도중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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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2위까지 올랐던 PGA 투어의 특급 신예 매트 울프(23)는 올초 갑자기 이상해졌다. WGC-워크데이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83타를 치더니 기권했다. 최하위도 3만2000달러를 받는 등 컷 없는 돈 잔치인데 그만뒀다. 그린에서 연습 스윙을 하다가 공을 치는 등 아마추어도 잘 하지 않는 실수도 했다. 마스터스에서는 스코어카드 오기로 실격당했다.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는 나오지도 않았다.
울프는 22일 US오픈에 나와 “5개월 간 절망적으로 살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항상 나쁜 쪽만 생각했다. 관중에게 박수 받는 샷에도 나는 만족하지 못했다. 내 스스로를 압박하고, 외부 기대와 댓글 등에서도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안전한 침대 밖으로 나오기가 싫었다. 아직도 힘들다. 평생 이걸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동선수는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잘 하면 환호 받다가도, 못 하면 이내 경멸 당한다. 골프는 좀 더 심하다. 멘탈 스포츠로 입스(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생하는 스윙 불안 증세)와도 연결된다. 승자와 패자, 둘로 나뉘는 팀 스포츠와 달리, 100여명의 출전자 중 승자는 한 명 뿐이다. 골프에는 완벽한 샷이 없다. 300야드를 치면 310야드를 생각하는 게 사람 욕심이다.
선수는 이런 마음 속 불안에 대해 거의 얘기하지 않았다. 몸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가 있어도 상대는 만만히 보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처를 후벼 파려 한다. 스폰서 계약 때도 불리하다. 남자는 연약한 모습을 창피하게 여긴다. 그런 면에서 울프의 고백은 매우 솔직했다. 울프는 “마스터스에서 두 번 우승한 버바 왓슨도 은퇴를 다섯 차례나 고려했더라”라고 전했다. 한국 전인지도, 미국교포 크리스티나 김도 우울증을 앓았다.
미국 언론은 “코로나 시대라서 선수들이 호텔에 갇혀 있다보니 더 불안해 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끝나도 선수들 불안이 확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코로나 기간 중 소셜미디어를 통한 칭찬과 저주는 더 강해졌다.
철학 책 『니체와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에는 이런 조언이 있다. “많은 사람이 고립을 두려워하며 세상의 여론이나 가치관에 동조한다. 고독의 원인이 보다 자극적이고 신선한 사건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공허함과 권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하게 바쁘게 지내려고 한다. (중략) 사람들이 나에 대해 하는 얘기가 어떤 것인지 매일 듣게 된다면 아무리 강한 사람도 파멸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칭찬이나 비난을 받거나 기대와 희망의 대상이 된다 해도 거기에 귀 기울이지 말자.”
울프는 US오픈 2라운드에 선두권에 들었다. 그 때 그는 “즐기고 행복해지려 했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으니 잘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US오픈에서 15위로 밀렸고, 그 다음 대회에서는 컷탈락했다. 우울증 치료는 쉽지 않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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