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영등포 번화가 발길 뚝
골목 맛집도 줄폐업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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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김유리 기자, 임춘한 기자] "지금 빚만 1억1000만원이라 장사를 접을까 매일 고민하는데, 그렇다고 (빚을 갚을) 뾰족한 수도 없다보니 억지로 문을 여는 거지. 작년에 코로나 한창 심할 때는 월매출 300만원이 나온 적도 있었어. 임대인이 통 크게 깎아준 임대료가 월 380만원인데, 이 상황에서 어떻게 마이너스를 피해."
서울 마포구 홍대 앞에서 오후 영업 중이던 고깃집 사장 A씨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인근에서만 25년간 음식점을 운영해 온 그는 "이미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했다. 취업난 등으로 3~4년 전부터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줄고 장사도 예전 같지 않았는데, 지난해 코로나19로 상권이 더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게 A씨의 설명이었다.
코로나 직격탄 맞은 번화가
27일 홍대 상권 곳곳엔 '임대 문의'를 써붙인 상가들이 눈에 띄었다. 홍대 정문 쪽으로 올라가는 큰 도로의 1층 상가에도 여기저기 빈 가게가 즐비했다. 도로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간 홍대문화공원(홍대놀이터) 골목길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빈 점포로 방치돼 있어 한때 이곳이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유흥가였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같은 시각, 이대 앞도 거의 '폐허' 수준이었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간간이 보이던 중국·일본인 관광객들은 물론 대학 강의마저 1년 넘게 원격 수업으로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발걸음마저 뚝 끊겼다. 이대 정문 인근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손님이라고는 대학생들 뿐이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가 아예 문을 걸어잠그니 오가는 사람 자체가 없었다"며 "옆 골목 쌀국수집, 수제 케이크 가게는 아직 임대기간이 남았는데도 장사를 포기하고 문을 닫은 지 몇 달째"라고 고개를 저었다. 커피빈과 올리브영 등 대형 브랜드가 영업하던 점포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비어 있었다.
영등포구 신도림역 일대 상가 역시 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공실로 빈 점포는 없었지만 문을 연 가게들도 주말 같지 않게 한산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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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옮겼지만 배달만
위축된 홍대 상권을 대신해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로 꼽혔던 '연남동'도 코로나 타격을 피하진 못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과 외출 자제로 외식업 비중이 높은 이곳 상권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수제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D씨는 "코로나 직전까지만 해도 손님들이 많이 몰렸던 터라 순번대기 기계까지 들여놨다"며 "거리두기 시행 이후 테이블을 절반으로 줄인 데다 밤 영업도 하지 못하면서 타격이 컸다"고 말했다. D씨는 "음식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배달은 하지 않았고, 연남동까지 찾아와 음식을 포장해가는 고객도 없다"며 "설상가상 '뜨는 동네'라는 이유로 임대료는 계속 오르고 있어 코로나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 한 영업이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서울시의 골목상권 매출분석 자료에 따르면, 외식업 비중이 높은 연남동(마포구 성미산로) 골목상권의 경우 지난해 1월만 해도 월 평균 매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약 2.3배 높았으나 1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78.4%까지 감소했다. 또 주거지가 밀집한 금천·은평·동대문·양천 등에선 매출이 상승 혹은 유지된 반면, 마포·용산·종로·중구 등 도심 지역의 골목상권은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발생 이후 1년 반 동안 서울 지역의 요식업 개·폐업률은 등락을 거듭하다 올 들어 다소 낮아진 상태다. D씨는 "코로나 이후 모임과 외식을 자제하면서 배달 주문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일부 얘기일 뿐"이라며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거나 다른 사업을 접은 이들이 요식업으로 유입되고, 기존에 음식점을 하던 자영업자는 손해를 보는 중에도 쉽게 폐업을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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