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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연재] 매일경제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데이터로 본 박병호 '에이징 커브'에 대한 합리적 의심[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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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35)는 지난 해를 기점으로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지난해 타율 0.223, 21홈런, 66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부상 영향도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정확성이 크게 덜어졌다.

아프지 않은 올 시즌엔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 됐다. 하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올 시즌에도 타율은 0.228에 그치고 있다. 이제 우리 나이로 서른 여섯. 나이의 영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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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의 에이징 커브를 의심할만한 정황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그렇다면 실제 박병호는 일명 '에이징 커브'를 겪고 있는 것일까. 나이가 들며 반응 속도가 떨어진 것이 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데이터는 일정 부분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빠른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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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박병호가 크게 부진했던 6월9일까지 데이터와 조금은 상승 곡선을 탔던 6월10일 이후 데이터를

비교해 봤다.

가장 뚜렷한 차이는 패스트볼에서 나타났다. 6월9일 이전의 박병호는 패스트볼 공략 타율이 0.278에 그쳤다. 그러나 10일 이후 0.294로 패스트볼 공략 타율이 올라갔다.

패스트볼을 공략 했을 때 땅볼 비율은 39%에서 31%로 눈에 띄게 떨어졌다. 박병호의 장기인 멀리 치기가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강한 타구 비율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다.

강한 타구 비율이 9일 전까지는 22%였지만 10일 이후 31%로 크게 치솟았다.

당연히 0.443에 머물렀던 패스트볼 장타율이 10일 이후로는 0.765로 전성기 수준의 파워를 되찾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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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박병호는 패스트볼을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타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박병호가 패스트볼을 잘 쳤으니 아무 문제 없다고 넘어갈 수는 없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박병호가 유독 구속이 일정 수준 이상인 패스트볼에 대해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구속 구간별로 박병호의 성적을 따져봤다. 그 결과 박병호의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구간이 있음을 알 수 있게 됐다.

박병호는 135km~140km 구간의 패스트볼 타율이 9일 이전에는 0.333, 10일 이후로는 0.500을 기록했다.

140km~145km로 형성된 구간에선 각각 0364와 0.429로 강세를 나타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피드 구간에서 강세를 보였음을 알 수 있다.

박병호가 여전히 KBO리그에서 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였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약점을 보일 수 있다는 것도 데이터가 알려줬다. 145km 이상 형성되는 패스트볼 상대 타율은 혈편 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145km 이상 구간에서 9일 이전엔 0.156, 10이 이후로는 0.143을 기록했다. 땅볼 비율은 성적이 향상됐던 10일 이후에 오히려 38%로 크게 높아졌다.

강한 타구 비율은 140km~145km 사이에서 43%였던 것이 145km 이상에선 25%로 크게 떨어졌다.

145km를 넘는 공을 던지는 투수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구속 상승은 하나의 트랜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박병호의 스윙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 145km가 넘는 공에는 거의 대응을 해내지 못했다.

박병호의 에이징 커브를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원래도 일정 수준 이상의 빠른 패스트볼에는 약점을 보였던 박병호다. 올 시즌엔 그런 경향이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신체 나이가 올라가면 대응 속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145km가 넘는 공에는 거의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반응 속도가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물론 아직까지도 KBO리그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140km~145km 구간에서는 장점을 보이고 있는 박병호다. 하지만 그 이상의 구속을 낼 수 있는 투수와 상대에선 약점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승부처에서 박병호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질 수 있는 이유다.

상대가 145km 이상을 던질 수 있는 투수를 기용해 맞대결을 붙인다면 투수가 이길 확률이 그만큼 높다고 할 수 있다. 박병호가 단순한 'KBO형 거포'에 머물러서는 안되는 이유다.

박병호는 당겨쳐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하는 타자다. 밀어쳐서도 넘길 수 있는 파워를 지니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당겨쳐서 해결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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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의 스프레이 차트를 보면 그 결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타율이 0.220에 그쳤던 9일까지 타구 비율은 땅볼 비율이 크게 높았다. 밀어친 타구 비율도 높았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좋은 성과를 낸 10일 이후 스프레이 차트에선 확연히 당겨치는 비율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당겨 친 공에 대한 비율이 높아지며 성적도 상승했다.

박병호가 145km가 넘는 공도 당겨칠 수 있는 반응 속도를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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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에게 긍정적으로 읽을 수 있는 데이터도 있다. 핫&콜드 존을 보면 박병호가 몸쪽이나 바깥쪽에 특별한 약점을 보이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다. 10일 이후로는 몸쪽과 바깥쪽 모두 대응을 잘 해내고 있다. 다만 이 코스들로 빠른 공이 들어왔을 때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박병호가 145km 이상의 공을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건 이제 모든 팀 전력 분석팀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박병호를 잡기 위해선 어떤 투수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도 서 있다.

언제든 한 방을 칠 수 있는 타자를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집요하게 그 부분을 파고들게 돼 있다.

실제 24일 잠실에서 만난 A팀 전력 분석원은 "박병호가 145km 이상 공에 약점을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박병호 타석에 찬스가 걸리면 단순한 우완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를 우선 기용하게 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올 시즌 확실히 빠른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과연 박병호는 145km가 넘는 빠른 공에 대한 대처능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에이징 커브'를 겪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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